나의 인생관이 확립된 경위

 

대학은 서울공대를 실수로나마 들어갔는데, 들어가서도 여전히 전기공학과 공부는 싫고, 통신공학과 생각만 자꾸나는데, 통신공학과로 전과신청을 할까 말까하고 한동안 고민을 하였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전과신청을 내고 부디쳐 보았으면 됐을것 같은데, 그때는 왜 그리 망서려졌는지? 전과신청 냈다가 안되면 전기공학과 교수들한테 미움 받을것도 같고…. 공연히 별것도 아닌것을 가지고 몇달을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가 이 고민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드디어 왜 내가 이렇게 통신공학과를 고집하느냐? 더 나아가, 왜 구지 통신공학 연구생활을 해야하느냐? 그러다가 고만 인간은 왜 사느냐? 인생의 목적이 무어냐? 하는 심오한 철학적 의문으로 까지 비화하고 말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에 몇번은 이런 의문을 가졌었겠지만, 내경우는 단순한 의문을 지나, 때로는 밤잠을 설치며 이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군대에 있으면서 군에서 배급주는 담배를 건빵과 바꿔 먹으면서 안피웠든 담배를 배운것도 이때였다. 이렇게 고민 하기를 거이 일년? 대학 2학년 거이 전기간을 이생각 하느라고 보냈다. 종교에서 답을 얻어볼까? 하고, 예수교 통신교육으로 교리공부도 조금 해봤고, 당시 천주교의 제일인자로 알려졌든 윤형중신부의 일요강좌에도 몇번 나가 보았는데, 윤신부도 귀신이 나온다는 어떤 흉가 얘기를 하면서, 자기가 보지않았다고 모두 없다고 말할수는 없고, 그많은 사람이 귀신이 있다고 할때에는 무언가 있는것 아니냐? 아니 땐 굴둑에 연기나겠느냐? 고 설교하는것을 듣고 (그러니까 보이지는 않지만 하나님은 있다는 설명이었지만...), 이사람도 귀신과 하나님이 차이가 없다는 얘기구나하고 두손 바짝 들고 말았다. 아무리 들어봐도 종교나 미신이나 내눈에는 그게 그것같고, 하나님이 무엇인지 귀신 도깨비얘기하고 무엇이 다른지? 한참 인간이 과학도 없이 미신속에서 생활하든 2,000년전에 쓰여진 성경책 속 외에는 하나님이 있다는 증거는 아무곳에서도 찾을수 없고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식의 기적 이야기 말고는)… 그래서 종교도 포기하고 그저 혼자 꿍꿍 앓기만 하였다.

이러다가 거이 1년만에 대오각성을 하게 되었다.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나보다 백배 천배 똑똑하고 IQ도 높았든것 같은, 쏘크라테스도 이생각을 참 많이 했겠고, 예수나 석가가 나름대로 해답을 내놨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어느것도 전세계인구의 1/3도 안믿고 왈가 왈부 하는것을 보면, 그것도 저것도 진리는 아닌것 같은데, 내 주재에 밤샘하며 생각한다고 해답이 나오겠느냐? 이제 그만 했으면 집어치우자. 결국 이것이 해답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가 목적이 있어 태어난것 같지는 않고, 아버지 어머니 재미보시다가 부산물로 태어났지, 내가 목적이 있어서 태어나게 해달라고 부탁드려 태어난것도 아니고. 사는대로 살다가 죽고 나면, 내가 제2의 아인슈타인이 됬건, 이름도 없이 거지생활하다 죽건, 자식들의 명예에는 좀 다르겠지만, 죽고난 내가 아무것도 알리가 없지 않겠는냐? 내세니 영혼이니 하는것은 역시 귀신 도깨비같은 얘기고, 죽으면 정말로 한줌 흙으로 돌아가, 무에서 무로 돌아가고 만다는 심오한 진리(?)를 깨닫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다 죽을것이냐? 를 생각하게 되었고, 왜 태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적 없이 사고로 태어났어도, 특별히 자살해야할 이유도 없고, 자살할 용기도 없다면, 사는날 까지 살기는 살아야겠고,…. 이래서 그때부터 내일생을 좌우한 인생관이자 좌우명이 “ENJOY TODAY”였다. 즉 왜 살아야 하는지는 몰라도, 어짜피 살아야 한다면, 내일은 어떤 예상 못할 일이 발생할런지 모르는 일인데, 걱정해 봤자이니 팔자소관에 맡기고, 하루 하루를 그저 재미있게 살다가, 만일에 죽기 직전에 의식이있어 내일생을 도리켜 보아서그런대로 주어진 여건하에서 남에게 피해 안주고 재미 있게 살았다"라는 결론만 난다면 그것이 제일 좋지 않겠느냐는 결론이었다.

이런 인생관으로 일생을 살다 보니까, 부자가 된다든가 출세를 한다든가 하는 욕심도 없어젔고, 야망도 없었고, 남에게 숨기거나 과장할 일도 없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남에게 얘기해서 겁날것도 없고, 그저 하루 하루를 즐기며, 정말 낙천적으로 편하게 살아왔다. 그러니까 놀러도 많이 다녔고, 회사에서도 출세할 생각도 없었고, 쫓겨나도 고만이라는 배짱으로 나하고 싶은데로 일했고, 부자되고 출세할려고 열심히 일하지도 않았고, 돈아껴 저축할 생각도 안하고…. 그러다 보니 항상 내 소신것 일할수 있어 오히려 더많은 성과를 올린것 같기도 하다. 평생을 월급쟁이로 보냈지만 (사업은 내 성격에도 안 맞을것 같고, 너무 고생도 많이 해야하고, 위험도도 높을것 같아서), 삼성같은 회사에 있으면서도, 일요일 출근은 한번도 안했고, 출근을 해서도 하루 8시간 반 이상은 회사에 있지도 않았다. (남들은 일요일에도 나오고, 하루에 열시간 열두시간씩 회사에 있는것이 삼성임원들의 관습이었는데…)

결혼을 할때에 집사람에게 세가지 약속을 했는데 (1) 부자가 되거나 출세할 생각 없으니 부자나 높은사람 사모님소리 듯고 으시대고 싶으면 결혼을 포기고, 그대신 하루 세끼 밥걱정은 안해도 되게는 하겠다. (2) 절대로 바람은 안피을테니 안심할것 (3) 10년내에 외국구경 시켜주겠다 (그때는 일반인에게는 여권을 안내주든 때였다)의 세가지였는데, 미국으로 온것이 결혼한지 11년만이니까, 그것만은 제때에 약속을 못지켰지만, 그런대로 나머지는 지킨것 같다.

그후에 1968년에 간이 곪아서 (체질상 술은 못마시는데 세균성으로) 수술을 한일이 있는데, 마취주사가 혈관에 들어 가는것은 알았지만 빠지는것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전신마취 상태에 빠졌고, 깨어나 보니까 회복실인데, 그 몇시간동안 의사가 배속을 째고 별짓을 다한 모양이지만, 물론 아픈것도 전혀 몰랐고, 나에게는 아무 기억도 없고, 그저 일순간에 일어난 일인것 같았다. 그때 깨달은것이 죽음이란 이런것 아니겠는냐? 일단 죽어서 의식이 없어지면, 영혼이니 내세니 하는것도 헛소리고, 꿈도 안꾸고 의식이 전혀없이, 무로 돌아가는구나 하는것을 경험한 셈이다.

그러고 나니 죽는다는것도 겁 안나게 되었고, 대다수의 사람이 그저 오래 살겠다고 하고, 생명은 존엄하다는니 신성하다느니 하지만, 내생각에는 그저 한번지나가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가령 어딘가 지상낙원이 있어, 1년간 가서 살아라 해서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10개월만에 이제 고만 돌아오라고 하여, 다시는 못올 그곳을 떠나야 한다면, 그래도 안돌아가겠다고 몸부림치며 슬퍼할런지? 인생도 좀 일찍 죽는다 하여도 그런것 아니겠느냐? 싶다. 그러니 그저 그낙원에 있는동안 최대한으로 즐기다가, 10개월 후든 6개월후든 돌아가게 되면 돌아가면 고만 아니겠는가? 더구나 그렇게 즐겁기만 한것도 아니고, 이것 저것 고생도 많고, 불행한 일도 많이 겪어야하는 인생이 뭐그리 좋다고 안죽겠다고 몸부림을 처야하겠나 싶다.

이래서 나는 오래 산다는것 보다는, 내일 죽는한이 있어도, 하고싶은것 할수있는대로 다하고, 몸에야 좋건말건 먹고싶은것 먹고, 먹기싫으면 안먹고, 그래서 아직 담배도 피우고, 커피도 하루에 대여석잔 마시고, 계란 노린자도 그대로 먹고, 몸에 좋다고해도 맛없으면 안먹는데, 그래도 아직 안죽고, 이정도로 건강해서 골프도 몇일씩 계속해서 칠정도인것을 보면, 낙천적인 성격이 어떤 보약보다도 몸에 좋은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정신적 건강이 보약먹고 몸조심하는것보다 더 중요한것 아닐까? 의사선생님들은 미첬다고 하겠지만…)

이런 인생관을 갖게 된 과정이, 따지고 보면 아버님이 통신공학과를 못가게 하신 덕분에 시작된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버님을 원망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오히려 나를 위해 잘된 일이라고 생각되며, 이래서 나는 오늘도

  Enjoy Today !!

생활 신조이고, 남들은 인생을 보람있게 살아야한다고 하지만, 나는 보람이 뭔지 모르겠고, 구지 정의 한다면, 나의 보람은 하루 하루를 즐겁게 산다는것 자체가 보람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