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라와 작은 나라

 

미국과 한국에서 크게 차이를 만드는것 중의 또 하나가 대국과 소국의 차이이다. (여기서 대국과 소국이란 나라의 지리적 size를 얘기하는것이고, 부국/강국과는 무관함.) 중국인이 일반적으로 만만디라는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나라가 크다 보면 서둘러 봤자 그게 그것인것이 많다. 한국은 서울-부산이 일일 생활권이고 한개의 표준시간에서 살지만, 미국은 하와이 알라스카까지 합치면 6개의 표준시간대에서 산다. 따라서 California에서 오후4시에 갑자기 일이있어 뉴욕과 전화를 할래도 거기는 오후7시라 모두 집에 가고 없어, 다음날을 기다려야한다. 이것은 오늘의 얘기지만, 옛날 서부 개척 시대에도, 동부에서 서부까지 포장마차 끌고 중부대평원, 럭키산맥, 유타/네바다 사막 그리고 씨아라산맥을 넘어 오려면 거이 일년은 걸렸을것이고, 이러니 서둘러봤자 도움이안되고, 느긋이 천천히 하는것에 익숙해져 있는것 같다.

미국와서 처음 눈에 뜨인것이, 사무실에 전화가 오면 한국에서는 뛰어가서 받고, 하든일 중단하고 받으니까, 벨이 서너번 울려도 대답이 없으면 사람이 없는지 알고 끊는데, 미국에서는 전화벨이 울려도 하든일 다하고, 어술렁 어술렁 걸어가서 받고, 이러니까 전화벨이 열번 이상 울려야 겨우 끊는다. 관청일이 늦다고 한국에서도 불평을 많이들 하지만, 미국에서는 신청서 한번 내놓고 잊어버리고 있는게 편할 때도 많다. 우리애들 영주권을 처음에는 어리다고 사진 없는것으로 받았었는데, 16세가 되면 사진 있는것으로 바꿔야 한다기에, 세 아이들것을 모두 함께 신청했는데, 둘은 몇달만에 나오고, 마지막 한장은 일년 후에야 왔다. 한가지 틀림 없는것은 아무리 오래 걸려도 오기는 온다는 사실이 놀랍다.

미국에 처음와서 얼마 안있다 오일 쇽크가 와서, 주유소가 교대로 반씩만 문을 연일이 있었는데, 이러다 보니 기름 한번 넣을려면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었다. 그런데도 미국 애들은 서둘르는 일이 없이 세월아 네월아 하고, 신문이나 책도 읽고, 여자들은 뜨게질도하며 기다렸다. 기름을 다 넣었으면, 차를 좀 빼주면 좋은데, 펌프 옆에 차 세워 놓은채로, 세월이 좀먹느냐고 종업원과 농담 잡담 하고있어도, 차 좀 빼라고 독촉하는 사람도 없다. 대국 국민은 이렇게 인내심에는 익숙한데, 한국 회사가 외국에 공장을 세우면 현지인이 제일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빨리 빨리"란다. 나도 이런 느긋함을 배우려 애썼는데, 워낙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서 마음대로 안되고, 지금도 골프장에서 앞에가는 팀이 조금만 늣장을 부려도 신경질이 나서 공이 잘 안맞는다.

Supermarket에 가서 물건을 줏어담고, counter로 갈 때에, 한국 사람은 줄이 제일 짧은곳을 찾아서 뒤에가 서는데, 미국인들은 아무 줄이나 자기가 나온 칸에서 제일 가까운곳에 가서 선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짧은 줄이 반듯이 삐르지는 않다. 앞의 아주머니가 물건을 얼마나 많이 샀느냐? 현금이냐? 수표냐? 크레딧 카드를 내느냐?, 그리고 돈 받는 사람과 얼마나 수다를 길게 떠느냐?에 더 많이 달려있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도 짧은 줄에 가서 서니, 이것도 어쩔수 없이 몸에 베인 습관인것 같다.

서쪽의 San Francisco에서 동쪽의 New York까지의 거리가 3,000마일. 거이 5,000km니까, 이것을 젊은 애들 몇이서 잠도 안자고 하루 24시간 교대로 운전하여 자동차로 횡단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거이 3. 일주일을 신나게 서부를 돌아 다니고 와서, 미국 전도에 표시를 해놓고 보면, 미국의 극히 일부만 다녀온것을 깨닫게된다. 1975년에 자동차로 온가족이 미국 일주 여행을 하고나서 느낀것도, 미국이 정말 넓긴 넓다는것을 실감한것이었다. 그때 5주간에 걸처 돌은 거리가 11,200 마일, 18,000km로 서을-부산을 스무번은 왕복한 셈이고, 뉴욕-북경 거리와 같다면 실감이 날까? 이러니 서둘렀다고 뭐가 될일이 아니다.

미국인들은 관광이나 휴가를 가는 형태도 다르다. 우리나 역시 소국 국민인 일본인들은 유명한 곳만 찾아가서 부리나케 증명 사진만 찍고 다음 장소로 가는 식의 여행을 하는것이 관광이고 휴가여서, 심지어는 여행이 끝나고 나서 무엇을 보았느냐니까, 안내원의 깃대만 보고 왔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었지만, 이들은 그렇게 여러곳을 가지 않고 한곳에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가서, 등산도하고, 걸어서 산보도하고,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말 타고 하는 관광도하고, 느긋하게 쉬다 오는것이 관광이고 휴가이다.

미국에 처음와서 회사친구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았는데, 오라는 날자가 한달도 넘는 먼 훗날의 얘기였다. 달력에 표시는 해놨는데, 한달이 지나는 동안 까맣게 잊어 먹고 자칫 그냥 넘어 갈번 했었는데, 다행히 하루전에 무심코 달력을 봐서, 큰실수를 모면한 일이 있었다. 이들이 하는짓이 이렇게 느긋하다.

이렇게 서두르지 않는 국민성은 또한 끈기로 나타나, 그들의 끈기는 알아주어야한다. AMI의 한 친구가 13년에 걸처 매주 토요일 일요일을 희생해서 자기 욧트를 100% 자기 혼자의 손으로 만드는것을 봤지만, 언론에서도 무언가 하나 꼬타리를 잡으면, 끝장을 볼때까지 물고 늘어진다. 이래서 닉슨이 결국은 탄핵으로 쫓겨 났고, 클린톤 대통령이 곤욕을 치렀다.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냄비 근성이라고 하며, 무언가 시작은 해놓고 얼마 안가서 잊어버리는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이것은 또한 교통 수단에도 크게 관련이 있게 된다. 미국은 모든 도시가 비행기로 연결이 되고, 가까운곳은 자기 차로 가다 보니까, 철도가 맥을 못추는 나라이다. 땅덩어리가 워낙 크다 보니까, 철도를 종횡 무진으로 깔수도 없어, 철도와 철도의 거리가 멀어, 대부분의 물자 수송도 트럭이 더 큰 역활을 한다. San Francisco에서 New York까지 철도가 연결되어 객차도 운영되고 있지만, 이것은 정말 한가한 사람들이 관광으로 타는 정도이고, 아마 평생 기차라는것을 타본 일이 없는 사람이 미국인의 대다수일것 같다. 하기야 언젠가 미국인이 그렇게 여행을 많이 하는것 같아도, California 인구의 거이 반이 평생 California 밖으로 나가 본일이 없다는 놀랄만한 통계도 발표된 일이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