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 관한 경험들

“70년의 발자취”라는 회고록을 나누어 주었드니, 여러 사람들에게서 독후감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90%이상이 모두 “기억력이 놀랍다” “글재주가 좋다”는 말들이었고, 글 내용에 대하여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원래 글을 쓸 때에는 남과는 색다른 일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내 일생을 소개하려 한건데, 하다 못해 “괴팍하게 살았다”든가, “못된 성격이다”소리라도 해줄 것를 기대했는데, 내용에 대하여 (내 생활에 대하여) 얘기한 사람은 몇 안되어, 사람들이 책을 이렇게 읽는것인지? 정말 의외였다.

어쨌든 이것은 책을 내고 난 후의 실망감이었지만, 내 놓고 난 후에 이것도 빠젔구나 싶은것이 몇가지 있어, 할일도 없으니 여기에 다시 추가할까 한다. 그중 하나가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겪은 경험담으로, 별로 재미는 없을런지 모르지만, 생각 나는대로 적어볼까 한다.

1963년에 일본을 처음 갈때에 비행기를 처음 타본것을 시작으로, 평생에 비행기를 몇백번을 탔는지, 제대로 기록을 안해서 셀수는 없지만, KAL 마일리지만도 100만 마일이 넘었고  거기에 United Airline, American Airline의 마일리지가 수십만 마일에 (삼성에서는 만날 일등석을 타서 실제 마일리지의 두배로 부풀어진 숫자지만), 마일리지 제도가 생기기 전에 탄것도 있고….  어떤 해는 1년중 2/3를 해외에 나가 있었든 해도 있었으니까, 천번 까지는 못갔을런지 몰라도, 거이 접근할 회수가 아닐런지 모르겠을 정도로, 정말 지겹게도 많이 탔었다.

나는 원래, 구름 밖에 보이는것도 없고, 자동차의 10배의 속도로 날른다지만 느껴지기는 무진 천천히 가는것 같은 비행기 타는것은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창밖으로 계속 변하는 경치도 보이고, 빨리 달리는 스릴도 느껴지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는것을 훨신 즐기지만, 직업 때문에 AMI에서나 삼성에서나 할수없이 그좁은 비행기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답답하게 지나야 했었다. (공으로 주는 술도 안먹으니까, 더욱 그랬겠지만…)

비행기의 첫경험은 1963년 1월 3일에 금성사에서 보내주어, 일본 히다찌 TV공장에 TV생산 연수차 꼭 100일간 도쓰까(요꼬하마)에 가느라고 탄것이 처음이었다. 그때는 대학 나온지 몇년도 안되는 젊은 나이에, 해외에 간다는것은 꿈도 못 꾸는 시절이었고, 금성 중역 정도 되어야 여권이 나오든 시절이기 때문에, 이미 회고록에 쓴것처럼 정말 설레어 밤잠을 못이룰 정도였다. 그래서 여의도 비행장 (확실한 기억은 없는데, 그때는 김포비행장이 생기기 전으로, 여의도가 서울의 공항이었든것 같고, 활주로도 짧았다.) 에서 탄것이 프로펠러 4발 비행기로, 기종은 미군의 수송기로 많이 쓰든 Douglas DC-3인지? DC-4였든것 같다. 젵여객기는 아직 한국에 취항하기 전이고, 미국에서도 민간 여객기로 취항을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은 때여서, 갈때에는 이렇게 프로펠러 비행기였는데, 99일 후에 귀국 할 때에는 대한 항공이 처음으로 Boing 707을 취항시켜, 젵기라는것을 탔었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원시시대라, 여의도 비행장의 활주로는 짧고, 조금만 안개가 껴도 계기착륙을 할수가 없어, 안개 낀 여의도 공항에 내리지를 못하고 서울까지 왔다가 동경으로 되돌아갔고, 이래서 99일만에 돌아올 여정이 하루 연기되어 동경서 하루 밤을 더 자게 되어, 히다찌에서 하루치 출장비를 추가로 받는 일이 있었다. (금성사 대신 히다찌가 출장비를 일화로 매달 주었다. 결국은 금성사와 정산 했겠지만…) 그리고 다음날, 이번에는 다시 프로펠러 비행기로 서울 까지 왔는데, 역시 또 안개 때문에 착륙하지 못하고 일본 규슈의 구마모도 공항으로 회항하여 내려놓았다. 여기서 서너시간을 대기하다가, 안개가 좀 겇인후에 다시 떠서 겨우 여의도에 착륙하였는데, 이러다 보니까 아침에 동경을 떠나 저녘 때가 다 되서야 서울에 내렸었다. (이래서 꼭 100일만에 돌아왔다.)

이렇게 시작된 비행기 여행에서 아직 그다지 익숙지 않을 1969년경, 쎄미코어에서 Local Sales Manager로 금성사에 가려고 부산으로 가는데, 비행기는 F-27이라는 소형 프로펠러 쌍발기로, 좌석수가 100석 근처의 조그만 비행기였다. 이것이 당시 부산의 비행장이었든 해운대 비행장에 가까운 김해 근처까지가서, 이미 착륙태세로 고도도 낮아저 있었는데, 갑자기 비행기 프로펠러 소리가 바뀌면서 그대로 내려앉기 시작 했었다. 나는 비행기를 타면 언제나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데, 아래에 있는 지면이 그대로 빨른 속도로 딸려 올라오고, 이제는 이비행기가 그대로 쑤셔박는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이제 다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가족 생각이 나고, 내가 죽으면 가족은 어쩌나 하는 생각에, 그 짧은 시간에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문자 그대로 “주마등”처럼 스처 가는것이었다. 그시간이 아마 5초나 길어야 10초도 안됬겠지만, 내 생각에는 1분 2분은 된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참 떨어지든 비행기가, 프로펠러 소리가 정상화 되면서 빠른 속도로 고도를 높여서, 이제는 살았구나 싶었는데, 이것이 아마 소위 말하는 “에어 포켙”이었든것 같다. 알고 보면 별것 아니었는데, 그 당시에는 정말 공포의 “순간”이었다.

그후에 또한번은 AMI에 근무하면서 한국을 가는데, 동경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JAL의 보잉 707기를 타고 하네다 공항을 떠나 서울로 향해 이륙하였었다. (나리따 공항이 생기기 이전.) 비행기가 십여분을 비행하여 후지산 근처를 지나는데 갑자기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때도 오른쪽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지면이 급작스러히 가까워 지는것을 느낄수 있었고, 그런지 얼마 안되어 동체 옆으로 시커먼 연기가 흘러 가는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비행기에 화제가 난것으로 판단하고 어디서 화제가 났는지?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기장이 1번엔진에 고장이 생겨 정지하였으므로 하네다로 되돌아 간다고 했다. 1번엔진이면 상식적으로 왼쪽 첫번째 엔진일텐데, 검은 연기는 동체 오른쪽 내 옆으로 흘러가고 있고… 

이 때만 해도 비행기를 여러번 타서 어는정도의 상식은 있었고, 근처에 비행장이 많으니까 급하면 아무대나 불시착 할거고, 바다에 떨어저도 구조대도 금방 올테고, 그런대로 크게 걱정은 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본 검은 연기는 연기가 아니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비행기에 만탱크로 싣고 있든 연료를 착륙전에 전부 방출하는 연료였었는데, 나에게는 꼭 검은 연기로 보였었다. 이래서 하네다 공항으로 되돌아 와서 착륙을 하면서 내다보니까, 활주로 양쪽에는 소방차가 즐비하게 서있고, 일종의 비상착륙은 한 모양이지만, 모든 4발 젵여객기는 엔진이 두개만 돌아가도, 상승은 못해도 고도를 유지는 할수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위험한 상항은 아니었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어쨌든 비행기가 Touch down을 하니까, 전 승객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고, 야단이 났었다.

그 다음으로 겁이 났든 비행은, 삼성에서 미국에 출장을 가서, 시카고 비행장에서 비행기를 타고 켄사스주의 위치타시에있는 NCR을 찾아 갔는데, 역시 국내선의 한시간 남짓한 근거리라, 보잉 737의 소형 젵기였다. 기상이 나쁘다고, 승객을 태운체 활주로 끝에서 무려 한시간을 기다리며 기상의 회복을 대기하다가, 한시간이 넘어서야 이륙을 하긴 했는데, 한시간 남짓한 전 비행구간을 그렇게 흔들어 재끼는 비행기는 그후에도 타본일이 없었다. 비행기란 원래가 역사적으로 이륙후 5분간과 착륙전 5분간이 위험하지, 일단 고도를 잡으면 사고를 낸 일이 없다는것도 잘 알지만, 워낙 흔들어 재끼니까, 겁이난것은 틀림 없었다.

그외에도 몹시 흔들린 때가 많이 있었지만, 겁날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많이 흔들리는 항로는 여름철의 동남아 항로와 (특히 홍콩 이남), 서울 – 하와이 항로로, 여름의 열대지방이 심하다. 서울에서 하와이 가는것은 대개 저녁에 떠나 호놀루루에 아침에 도착하는데, 하와이를 두시간 남짓 남겨놓고 밤이 새며 아침으로 바뀔 때에 기상번화가 심하여, 가끔 심하게 떨어지는 것을 느낄 때가 많은데, 느끼기는 수십 미터는 떨어지는것 같아도, 사실은 1-2m도 안떨어지는것을 그렇게 느낄 따름이니까 걱정할것은 없지만, 처음 타는 사람은 겁내는 사람도 많은것 같다.

되게 흔든 비행기로는,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 케년을 나르는 광광용 경비행기가 있다. 옛날에 (1980년대 초반?) 이것을 한번 탔는데, 그랜드 케년 구경을 잘 시켜준다고, 20명도 못되게 타는 쎄스나 경비행기로 케년 밑으로 내려가 이리 저리 선회하면서 지면 밑으로 날아 다니기를 한시간 가량? 하였다. 케년 속은 지면보다 얕다 보니까, 바람이 지면에서 밑으로 내려오며 불고, 케년 반대 쪽에서는 상승기류가 된다. 그속을 가벼운 비행기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날고 360도 선회 비행도 하니 온전할 수가 없다. 옆에 인도인 젊은 신혼부부가 신혼 여행을 온것  같았는데, 신부가 비행기가 흔들릴 때 마다 얼굴이 파랗게 질려, “억 억”하면서 기성을 내고 있었다. 라스베가스를 떠나 이렇게 케년속을 돌고 두시간 남짓후에 South Rim에 내려놓고, 점심주고 뻐스관광하고, 저녁에 다시 그비행기를 타고 라스베가스로 왔는데, 이 인도 아주머니가 겁이나서 수면제를 먹었는지?, 올 때는 타자마자 골아 떨어저 내내 잤는데, 올 때는 더이상 구경 시켜 줄것도 없으니까 한시간 가까이 순항고도로 순조롭게 날라와서, 수면제를 먹었다면 공연히 먹었다고 후회가 막심했을것 같았다. (이 관광 비행기는 수십년의 운행 역사 중에 두세번 추락사고가 있었음.)

반면에, 믿지 못할정도로 동요하나 없이 날라준 비행기도 있었다. 서울 – L.A.의 항로로 요사이 주로 나르는 알라스카 가까이를 경유하는 북쪽항로는 일반적으로 기상변화가 적어 순항을 하지만, 1970년에 AMI에 와서 기술훈련을 받고 서울로 돌아가는길에, 그 때 막 항로를 개척하여 취항을 시작한 대만의 China Airline을 탔다. 보잉 707이었는데, 취항을 시작한지 몇주도 안되어 그 큰 비행기에 손님이라고는 단 27명 뿐. Economy석이었지만, 의자 세개를 독점하고 드러누워 왔고, 스튜어데스가 할일이 없으니까 연방 먹겠느냐? 마시겠느냐? 하는 바람에 오히려 거절하기가 바빴었다. 그런데 이 비행기가 쌘 프란씨스코를 떠나 서울에 도착할 때 까지 가벼운 미진도 없이 정말 조용히 날라주어, 신기할 정도 였다. 또 한번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펜실바니아의 알렌타운까지, 이것도 역시 경비행기급이었는데, 그 가벼운 비행기가 전혀 진동을 못느끼게 순조롭게 한시간을 날라준 일이 있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남에게 자랑할수 있는것은, 음속의 두배로 날으는 콩코드 비행이라하겠다. 삼성에서 뉴욕을 거처 유럽을 돌아 오는 진짜 세계일주 출장을 떠났는데, 기왕에 비행기표는 전부 일등표이고, 콩코드를 한번 타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그래서 British Airway에 알아보니, 콩코드는 일등석보다도 훨신 비쌌다 (70%정도?) 그래도 한번쯤 경험으로 타보자고 내 돈을 몇백불 더주고 (잘 기억이 없는데 $600-700?은 됬든것 같다.) 예약을 바꿨다. 콩코드는 음속의 두배 (Mach 2)로, 시속 1,200마일이 넘게 날르고, 고도도 보통 젵기는 30,000-35,000 feet (보통 33,000 ft = 10,000m)로 나르는데, 콩코드는 45,000ft를 나른다. 그래서 보통 7시간 걸리는 뉴욕 - 런던을 3시간 반에 날른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것은 지구의 자전과 반대 방향으로 날라, 런던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에 떠나 뉴욕에 도착하면 뉴욕은 아직 12시도 안되어, 점심시간이 채 안되어서 다시 점심을 먹을수가 있다. (또 먹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렇게 만용을 부려 수백불의 사비를 들여 콩코드에 타고 보니 기가 막혔다. 일등석 보다도 훨씬 비싼 값을 치렀는데, 비행기가 어찌나 쪼꼬만지? 밖에서 보기는 안그랬는데, 내가 제대로 설수가 없어 허리를 굽혀야 할정도로 천정이 얕고, 좌석은 양쪽에 두개씩 뿐인데 점보기의 Economy석보다 좁아 앉아 있기가 불편할 정도 였다. 좌석수도 점보기가 350석 – 400석인데, 180석 뿐이고, 1등이고 비지네스급은 없고 전부가 한가지 Class로, Sub-Economy라고나 해야할까? 정말 기가 찬 기내였다. 비행시간이 짧으니까 그래도 불평 없이 돈내고 타는건지? 한번 타보고는 다시는 안타는건지? 콩코드가 여러해 버티다가 결국은 취항을 전면 중단한 이유를 알것도 같다.

어쨋든 이래서 콩코드를 타 보았는데, 객실 전면에 속도를 알리는 큰 표시판이 있어, 속도를 Mach로 시시각각으로 표시하고 있었고, 또하나 색다른것은 고도가 45,000 ft까지 올라가니까, 구름은 물론 없고,  파랗든 하늘이 검은색으로 바뀌어, 공기가 없는 (따라서 먼지도 없는) 성층권을 비행한다는것이 실감이 났었다. 세시간 반 만에 런던에 도착하니, 7시간 비행에 비하여 아주 편한 비행이었고, 대부분을 공기가 없는 성층권을 비행하니까 진동도 없이 조용한 비행이었는데, 또한번 타기에는 너무 비싼것 같고, 한번의 경험으로는 타볼만 했다고 생각한다. 그후 여러 사람과 얘기해 보았지만, 콩코드를 타본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으니, 자랑할만한 비행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