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사고 와 정

 

한국인들은 정이 많다. 가족 끼리는 말할것도 없고, 친구지간, 심지어는 동포라는 관계만으로도 다정 다감하여, 아주 친한 친구사이에서는 진짜 네가 나고 내가 너다. 거기에 비해 미국인들은 아무리 친해도 항상 그사이에는 넘지 못할 선이 있는것 같다. 이유는 서로의 Privacy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강한 개념이 있어서 그런것 같은데, 어릴때 부터 사귄 친구가 아니고 나이 들어 시귀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미국회사 다니면서 아주 가깝게 지난 친구도 몇몇은 있었지만, 이런벽을 깨지는 못했다. 한번 찾아 갈려면, 반듯이 미리 전화를 해야하고 (이제는 한국도 그렇지만), 일정한 예의는 반듯이 지켜야하고, 어쨋든 한국에서 친했든 친구처럼 마음 탁 놓고 스스럼 없이 마음대로 얘기할수는 없는 무언가의 장벽을 항상 느꼈었다.

미국 영화를 보면 별로 우는 장면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울어도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는 정도지, 한국처럼 대성 통곡하는 장면은 없다. 그들의 사랑이 우리만 못하지는 않으련만, 아무래도 우리같이 정이 깊지는 못한것 같고, 모든것이 정보다는 논리적 사고로 처리되는것 같은 인상이고, 그대신 감정 억제력은 강한것 같다. 그들이 싸움을 해도 고함 질르고 싸우는것은 영화에도 거이 보기 힘들고 (직접 본일은 물론 없고), 여차직하면 두드려 패고 싸움을 하면 했지 고함은 안지르고, 그렇게 싸우다가도 승패에 결론이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손을 잡기도 잘한다. 결국 싸움보다는 논쟁에 가까운데, 그것도 구지 상대의 동의를 받아 내야만 속이 시원한 우리의 습관과는 달리, 동의는 못해도 자기 주장이나 입장을 이해만 해달라는 정도로 끝난다. 상대가 구지 동의를 못하면, 자기 할말만 다하고네결정은 네가 알아서 해라"이다.

어떻게 보면 차거운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로 비쳐지기도 하는데, 반듯이 그런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그들의 논리적인 사고에는 감탄할수 밖에 없고, 이쪽 얘기가 논리에 맞으면, 그들을 설득시키는것은 한국인보다 훨신 쉽다.

미국에 처음와서 얼마 안되었는데, 운전면허시험을 보려고 DMV (Dept. of Motor Vehicle)에가서 California Drivers Handbook이라는것을 얻어다 공부를 하다보니, 외국인으로서 장기 거주가 목적이 아니고, 단기 체제인 경우에는 자기 나라 면허증으로 그대로 운전해도 된단다. (국제면허도 필요 없이) 하도 신기하여 DMV에 전화를 걸었었다. "나는 한국에서 왔는데, 한국면허증은 전부 한글로만 되어있어 사진 이외에는 그것이 면허증인지 조차 모를텐데, 그대로 운전해도 되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드니 대답이 기가 막혔다. "네가 사고도 안내고 우리 교통 법규도 잘 지키고 운전하면, 우리는 네가 면허증이 있건 없건 상관 없다. 만일 사고를 내거나,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 DMV내에는 각국나라 출신들이 많아 누군가는 번역할테니, 걱정말고 운전하라"는 대답이었다. 이 얼마나 논리적인 대답인가? 법에 있으니 무조건 소지해야한다가 아니고, 운전 면허는 교통안전을 위하여 필요하니까 소지해야 하는것이지, 안전하게 운전만 한다면 면허증 소지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다는 법해석. 정말 놀라운 대답이었다.

한번은 AMI에 근무하면서 갑자기 KMI출장을 가야 할일이 생겼다. 너무 갑자기 얘기가 된거라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야하게 되었고, 그때는 영주권 밖에 없든 때라 출국하려면 소위 Sailing Permit이라고 세금을 전부 냈다는 국세청의 확인서를 받아야 했었다. 그래서 오후 4시나 되어 San Jose의 국세청에 가서 Sailing Permit 신청을 했드니, 국세청 아주머니가 한참을 전화로 여기 저기를 알아 보드니, 보통은 납세 기록이 California Fresno 국세청에 보관되어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내것은 동부의 Washington DC 국세청 본부에 가있다고 하면서, 거기는 이미 오후 7시라 전부 퇴근하여 알아볼 방법이 없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에게 주어진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 해서 노력해 봤지만 네가 탈세한 증거는 없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떠나야하는 너의 공무를 중단시킬 권한은 나에게는 없다." 면서 그 자리에서 Sailing Permit을 만들어 주는것이었다. 이 얼마나 논리적이고 국민위주의 사고 방식인지 정말 감탄할수 밖에 없었다. 한국 공무원이 이럴수 있을까?

이런 일은 쎄미코어에서 미국인들과 일하면서도 많이 겪었었고, 이쪽말을 여간해서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타당하면 무어든지 통한다고 보아서 큰 무리는 없다. 이래서 이 나라는 법을 잘 몰라도, 상식으로 판단해서 사는데에 별 불편이 없다. 대부분의 법이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그 반면에 미국인들은 낮모르는 사람도 그렇게 이방인처럼 멀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생전 못보든 사람끼리 길에서 스처 가면서도하이"하고 미소하며 인사하고, 엘레베이터에서 처음 마난 사람끼리도 “How are you?”정도는 예사고, 아무하고나 손쉽게 얘기를 할수있다. (웅구엄마는 처음에 미국와서 모르는 사람이 길에서하이"하는것이 기분 나빴다고 까지 했었지만.) 그러다보니, 상점이나 주유소에서 낯모르는 점원과 별의 별 수다를 다 떤다. 우리는 낯모르는 사람과는 꼭 필요한 말 외에는 거이 안하는데

우리는 누구를 초대해도 손님끼리도 서로 아는 사람만을 초대하는데, 미국에 와서 아직도 익숙할수 없는것이 칵테일 파티로, 주인이 아는 사람을 있는데로 모두 불러 놓다 보니까, 거이 대부분이 모르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까, 앉을 자리도 없어 몇시간을 서있자니 첫째로 다리가 아파서도 문제지만, 우리는 낯선 사람과는 별로 대화를 안해 봐서, 한두마디 인사말을 하고나면 할말이 없어저 버리는데, 미국인들은 처음 만난 사람과 별의 별 이야기를 다하며, 언듯보면 마치 죽마지우 같이도 보인다. 이들은 이러면서 새사람을 사귄다는데, 아무래도 우리 생리에는 잘 안맞는다.

한국사람들은 정이 많아 수재가 났다든가 천재지변이 있어 동포가 고생하면 의연금도 잘 걷히고, 불상한 사람 얘기가 신문에 나면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많은것 같다. 미국에서도 이런것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한국같이 신문사나 방송국이 앞장서서 의연금을 걷는일은 별로 못보겠고, 우선 정부가 재해지역으로 선포하여 도와주는것이 대부분인것 같다. 나라가 워낙 크다 보니까, 사시 사철 어딘가는 재해가 항상 일어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여간해서 의연금 걷었다는 소리는 못듣는다. (911사태때는 많이 걷친것 같다.)

그대신 미국에서는 세금 제도가 기부를 크게 조장하고 있고, 자기가 벌은것은 자기대에서는 실컷 호강하고 쓰되 남은것은 죽은 후에는 사회에 환원하도록 크게 장려하고있다. 첫째 세금 누진제가 고소득층을 중과세하다보니까, 고소득층은 기왕에 세금 낼돈 기부를 많이 한다. 다음에 상속세가 이중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부과되는데, 주정부에 내는것이 진짜 상속세 (Inheritance Tax), 이것은 상속을 받은사람에게 부과되는 소득세이지만, 연방정부에 내는것에 비하면 비교도 안되게 적다.

연방정부에 내는것은 공식 명칭은 Estate Tax라고 하지만, 통상 Death Tax라고 불리우는것으로, 상속 이전에 죽은 사람의 자산에 부과 되어 부자들은 거이 80%까지도 Death Tax로 정부에 바치고, 나머지가 유족에게 상속된다. (해마다 하도 바뀌어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지만 금년은 약 100만불까지는 면세.) 이래서 자선기관, 연구기관, 학교등에 부자들이 기부를 많이 하고, 그대신 정부는 전혀 보조를 안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