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실라민을

 

앞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가상적인화에 불과하다. 사실 이런 일이 있을 있겠는가?

다음은 1972 5 30일 조선일보의 기사를 그대로 옮겨 싣기로 한다.

- 인간애의 승리였다. 국경을 넘은 사랑의 교신이 8시간 만에 결실을 맺어 소년의 목숨을 구하게 것이다. 27 9 50. 서울대 의대 부속병원 5 21호실. 난치병인 윌슨씨병으로 사경을 헤매던 박은규(18)군이 당직 의사로 부터 흰색 캡슐로 페니실라민 첫알을 받아 삼키고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 송삼례(55)씨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고맙습니다. 어린 생명을 구해 주셔서 정말...."

송씨는 곁에 있던 아마츄어 무선사 김영걸(HM1BB) 가슴에 얼굴을 파뭇고 말끝을 맺지 못했다. 병상의 박군도 옅은 웃음으로 김씨에게 인사를 대신했다.

아마추어 무선사 김씨가 약을 손에 들게 것은 외국 햄들에 대한 8시간 동안의 끈질긴 호소의 결과였다.

27 본보에서 딱한 사연을 알게 김씨는 이날 l2 49분쯤 긴급신호로 각국 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먼저 필리핀의 "세잘 말로레스(36. 필리핀 항공국 항공사고 조사관)"씨와 교신했다. 씨는 박군의 딱한 사정을 대충 설명하고 약을 요청했다. "세잘"씨는 클라크 미공군기지병원에 대시관을 통해 수소문했으 30 "없다"는 연락이 왔다.

이때 일본 나고야의 "시노부 사사끼(20)"씨가 도와 주겠다고 통화에 끼어들였다. "시노부"씨는 "부친이 도요다 자동차 부속병원장으로 있어 의사친구들이 많다"며 전화로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남지나해를 지나던 미국수송선의 선장 햄인 "호스 세이(50)"씨도 "일본서 약을 구하면 미국으로 전보를 쳐서 구해보겠다"고 격려했다.

씨가 이들과 교신하는 동안, 10여명의 각국 햄들이 끼어 들어 서로 돕겠다고 나섰 모두 실패. 오후 2시쯤 일본 나고야의 JA2AMD "고바야시 아끼라(4l)" 박사가 약을 구해 보겠다며 교신을 끊은 1시간만에 "성공"을 알려 왔다. 고바야시 박사는 김씨의 중계로 서울의대 부속병원 김홍기박사와 삼각통화, 박군의 증세를 물었다. 김박사가 "월슨씨 병"이라고 말하자, "우리 나라에서도 희귀한 "이라고 응답, "약을 보내 치료가 되면 연구에도 도움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고야 시내의 l0여개 제약회사에 수소문. "다께다 제약 나고야 영업소"에서 무상으로 100정을 구해냈다. 고바야시씨가 김씨와 약을 보내는 방법을 의논하는 , 요꼬하마의 "사꾸라이 외과 병원장"인 JA1EZL "히로" 박사도 "약이 지금 도착했다. 보내주겠다."고 알려 왔다. 그는 "일본 의사 통신망(JDN, Japan Doctors Network)"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오후 3 시쯤 김씨 등의 대화 엿듣고, 길로 요꼬하마 시내의 제약회사 샅샅이 뒤져 폐니실라민 100(일화로 1 5천원) 샀다.

그는 " 크라운차로 하네다 공항까지 30분이 걸린다. 지금 오후 3 30분. 출발하겠다" 말했다. 사꾸라이씨는 하네다의 KAL 니저 깅명진(40)씨에게 약을 전달, 교신이 시작 된지 8시간 30분만에 서울행 KAL OO9기편으 긴급 수송된 것이다. 사꾸라이 박사는 "매주 토요일이면 만사를 제쳐놓고 휴식 왔는데, 오늘은 바빴어"하면서, "박군이 완쾌되였다는 소식을 전해주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고바야시 박사도 오후 늦게 JAL기 편으로 약을 공수, 28 l2 20 김포에 도착할 것이라고 알려 왔다.

약이 병원에 도착한 것은 9 45분쯤. 야간 당직 의사 장린(27)씨는 약을 받자 전화통으로 달려갔다. 비번이라 서대문구 충정로 3 자택에서 쉬고 있던 주치의 최규완 박사는 장씨가 약병 표지를 읽어 내려가자 틀림없다고 환성을 올리고, "장기 투약하면 박군의 병은 완치될 있다"고 새삼 강조했다. 약의 포장은 "윌슨씨병 치료제 D 페니실라민 캡슐"이라고 쓰여있었다. 장씨가 약병을 박군 곁에 다가서자, 병실안은 무겁게 멎었던 먹구름이 삽시간에 걷히고 새 삶의 회열이 넘쳐 흘렀다.

박군의 딱한 사정이 보도된 한국 햄틀의 활약은 눈부신 것이였다.

깅영결씨 외에 HMlEJ 박홍교씨도 동경의 "이시다" 외과의원장 "이시다" 박사(JA1KF) 교신, lOO캡슐을 28 오전 JAL 편으로 도착하도록 했고, 박종웅(HM1BK)씨도 26, 27 양일간 미국 햄들과의 교신에서 페니실라민을 구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상 신문기사 전재)

하나의 실화를 소개 하기로 한다. 이것은 일본과 에쿠아돌 사이에서 있었던 일로서, l957년 8월의 무덥던 여름 날밤, 일본 혹까이도 JA8AA(햄들은 이름 대신 사인을 많이 쓴다고 이미 말했다) DX국을 찾고 있었다. JA8AA 본명은 "하마". 당년 27세의 전기기술자로 DX형에 속하는 햄이다.

10시경 그에게 귀중한 손님이 결려들었다. 남아메리카 에쿠아돌의 수도에 있는 "루이스"군이었다. 감도는 별로 좋지 않았으나 초면이고 보니동안 인사가 오고 갔다. 그러 JA8AA 루이스군이 "살코이신을 운운" 하는 소리를 들었으나 혼신이 심해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QRM(혼) 심해서...."

라고 타전하자 싱가폴의 VSIFJ "프랭크"가 끼어 들어 왔다.

"나도 들었다. QSP(중계) 하겠다."

VSlFJ QSP 의하연 루이스군의 모친이 암으로 중태인데 의사 말이 이름난 일본의 항생물질인 "살코 마이신 나토륨"을 써보면 좋겠다니 견본을 지급으로 보내 줄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비록 초면이지만 햄과 햄사이. 전파로 만나면 죽마지우 마찬가지다. 친구의 위기를 방관만 한대서야 햄의 명예문제다. JA8AA 응답 했다.

"OK 보내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나 혹까이도에는 그런 약이 없였다. 그래서 그는 꾜 햄의 협력을 얻기로 하고 키이를 두드렸다.

"CQ Tokyo, CQ Tokyo"

CQ 대답해 것은 JAlAG. 도오꾜에서 약간 떨어진 가와사끼시에 있는 도오시바 통신기 기술부에 근무하는 같은 나이의 햄이다. 이름은 구로까와로 역시 DX형의 일본서는 유명한 햄이다. JA8AA 말을 들은 JA1AG

"OK. 가와사끼에는 살코 마이신을 만드는 메이지 제약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부탁해 보겠읍니다"라고 응답해 놓고는 아파트를 뛰쳐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늦어 공장문은 닫혔을 것이고 더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아마추어 무선의 설명부터 하자면 그것도 일이다. 그래서 그는 그길로 "아사히 신문" 가와사끼 지국으로 달려갔다. 신문사라면 밤중이라도 사람이 있을 것이고 아마추어 무선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밤일을 하고 있던 지국장은 서로 아는 사이였고, 지국장도 그의 설명을 듣고는 쾌히 협조를 승낙해 었다.

"아무리 밤중이지만 인명과는 바꿀 없지요. 공장에 가서 타협해 봅시다."

시간은 밤 11시반. 그들은 메이지 제약의 총무과장을 찾았다. 에쿠아돌 → 싱가폴 → 혹까이도 → 가와사끼로레이되어 햄들의 우정에 총무과장이 목석일 없었다.

"좋습니다. 새벽 까지는 어떻게 해보지요. 에쿠아돌은 스페인어를 샤용하니까 약의 설명문도 스페인어로 써야겠군요. 그것도 준비해 봅시다"

이리하여 마이신은 음날 아침 비행기편으로 에쿠아돌로 발송되었다.

영화나 앞의 이야기는 해피 엔드로 끝났지만, 실화인 릴레이는 슬픈 종말로 끝났다. 루아스군으로부터.

"약은 틀림없이 도착했다. 일본 햄들의 깊은 우정에 마음 속으로 부터 감사한다. 약은 주사하겠다. 9 15일에 다시 전파를 통하여 결과를 알리겠다. 다시 감사한다." 내용의 펀지가 도착했다. 그러나 약속한 9 l5 . 혹까이도의 JA8AA도, 가와사끼시의 JAlAG도, 그리고 싱가폴의 VS1FJ도, 루이스군의 전파를 수신할 수가 없었다. 왜냐 하면 루이스군이 전파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유를 루이스군 대신에 미국의 W2WS 존군이 전해 왔다.

"루이스군의 어머님이 어제 돌아가셨다. 그래서 루이스군은 어머님의 장례식 때문에 약속한 시간에 교신할 수가 없다"고.

얼마 루이스에게서 편지가 왔다.

"저의 어머님은 여러분의 따뜻한 우호의 손길을 느끼며 돌아가셨읍니다. 그러나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여러분의 호의에 감사하시면서 운명하셨읍니다. 어머님은아가셨으나, 햄사이에 피어난 따뜻한 우정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일일이 예를 들자면 한이 없고,대부분의 사건들은 본인들이 별로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알려지지도 않고 사라져 버린다. 대개 여러 사람이 관계되지도 않고 세사람의 힘으로 해결 될 경우, 이것을 이용하여 자기 선전을 하는 햄은 없지만, 이웃의 한사람 두사람의 래그 츄를 통하여, 어떤 것은 알려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영원히 묻혀버리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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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