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설

 

음력이 우리집 생활에서 사라진것은 까마득한 옛날부터였다. 아버님이 미국유학을 다녀오셔서, 일찍 서구화 한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청산에서 국민학교 다닐 때에는 바로 옆집인 큰집에서 음력설을 쇠다보니 우리도 음력설 날 큰집에서 지나는 차례에 참석도 하고, 세배도 따라서 음력설 날 했었다. 그러나 우리집 만의 일인 생일은 그때부터 할머니를 위시하여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우리 남매들의 생일은 모두 양력으로 지냈다.

그러다가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1947년에 서울로 이사를 와서는, 큰댁과 거리상으로 멀어지면서 더구나 음력과 멀어젔다. 우리집에서는 차례도 제사도 자나지 않다 보니까, 음력설에 사직동으로 차례를 지나러 갔었지만, 동건형님이나 동헌형님등 사촌형님댁에 세배도 양력설에 갔었든것 같고,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셔 차례와 제사를 지나게되면서 처음부터 양력으로 지나기 시작하였다. 제사란 돌아가신 날을 기억하고, 제사를 지나면서 그분을 추모하자는것이지, 양력이면 어떻고 음력이면 어떻고, 양력 음력이 중요한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력이라는것 자체가 달을 기준으로 만들어저, 달보다는 태양에 의해서 좌우되는 계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간생활에서, 대한민국 초기부터 이중과세의 폐단이 많이 논란이 되었었고, 특히 박정희 대통령 때 부터 음력설을 없애고 단일과세로 가려는 노력이 경주되어, 한때 음력이 거이 사라지는듯 했었는데, 앵삼이가 그랬는지 때중이가 그랬는지 확실한 기억은 없지만, 국민들에게 더많은 휴가로 선심 쓸려고, 음력설을 국가 명절이라고 다시 복구시켜, 음력설만 설이라고 하는 습관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라는 문구 자체는 새해 첫날를 말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것이 양력이든 음력이든 우리가 새해 첫날로 인정하는 날이이지, 음력설 만이이라고 부르는것은이라는 원래의 말의 의미를 변경하여 멋대로 붙인것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생활은 싫든 좋든 옳든 그르든 이미 양력을 기준으로 하는 생활로 완전히 바뀐지 오래다. 양력11일이 지나면 누구나 예외 없이 새해가 됬다고 생각하지, 음력 11일이 되어서야 이제는 2005년의 새해가 밝았다고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것으로 안다. 이것은 우리의 생활이 서구문명을 따라 간다는것을 떠나서, 어짜피 태양을 기준으로 계절이 변하고, 거기에 적응해서 살수 밖에 없으므로, 양력을 기준으로 생활할수 밖에 없다는데 더 큰 이유가 있다고 보고, 한국인의 정서에 음력에 대한 고집이 있는것은, 양력을 일본인들이 갖이고 들어온것이라, 양력에 대한 반발심이 강해진것 같고, 만일 대원군이 쇄국정책을 쓰지 않고, 일본의 명치유신 같은것을 하여, 그때 부터 양력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이 일본점령하에 들어가지 않아서, 일본것에 대한 반발심만 없었다면, 벌서 옛날에 우리나라에서도 그 불편한 음력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거기에, 이제 세계는 점점 거리감이 없어지고, 이것도 우리가 싫든 좋든 옳든 그르든 국제화가 되어 나가고 있고,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옛날부터 써오든것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음력을 고집해봤자, 불편만 겪어야하고, 쇄국정책만 주장하다 나라 망친 대원군의 전철을 반복하는 꼴밖에 안되어, 밑지는것은 한국뿐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일본이나 서양의 못된 풍조는 필요 이상으로 흉내내면서, 왜 그 불편한 음력만은 버리지 못하고, 이중과세의 낭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음력을 양력으로 전환하려면, 설날 한식 추석의 사흘만이 우리의 풍습과 관련하여 문제가 될수가 있다고 본다. 그중 설날은 아무 날이건 우리가 새해의 첫날이라고 인정하는 날이면 되는거니까, 전국민이 인정하는 양력 11일을 설날로 생각하는것이 당연한 일이고, 구지 음력이 설이라고, 새해가된지 한달도 넘어서 이제부테 새해라고 우기는것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본다.

다음의 한식은, 아직도 24계절이 음력을 기준으로 한것이고, 음력을 써야 24계절이 맞는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무식한 소리에 불과하다. 옛날에 음력을 쓰다보니까 윤달도 많아, 계절과는 동떨어저 있고, 농사를 질려니 계절이 지나는것은 알아야겠고, 그래서 만들어진것이 15일주기로 만든 24계절인데, 결국 우리 조상도 24계절이라는 이름으로 양력을 만들어 쓴것이었다. 24계절을 양력으로 보면, 해에 따라 하루의 차이는 생기지만, 양력으로 매달 7일나 8일과 22일이나 23일이 각각의 24계절에 해당되어, 동지날은 해마다 12 22일 아니면 23일이고, 하지는 매년 6 22일이나 23일이다. 그러니 양력을 쓰면 24계절이라는것 자체가 무용지물이되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니 한식은 매년 양력으로는 같은 날이니까, 그것을 한식날이라고 부르건 뭔가 새 이름을 붙이건, 그날 맞춰 차례를 지나든 성묘를 가건 하면 된다.

딱 하나 문제가 되는것은 추석이다. 추석은 음력 815일의 둥근 만월을 기준으로 하였기 때문에, 양력으로는 도저히 일정하게 정할수 없는 날이다. 그러나 이것도 따지고 보면 만월을 기준으로 했다지만, 밤에 달이 뜬 다음에 무슨 풍속적인 행사가 있었든 기억은 없다. 보름달 아래서의 강강수월래도 일부지방에서는 풍습이 되었는지 몰라도, 청산에 살면서 한번도 구경해 본 일이 없다. 추석은 오히려 햇곡으로 정성드려 음식 만들어 조상의 산소에 찾아가 성묘하는것이 가장 중요한 행사로, 이것은 낮에 하는 행사지 달과는 관계가 없다, 추석은 음력을 쓰든 사회에서, 추수후에 기왕이면 달이 밝은 첫 만월의 날을 찾다보니까 음력 8/15일이 된것일 뿐, 반듯이 달과 연관 지어야 할 명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추석날이 반듯이 달이 만월인 날이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고, 햇곡이 나온후에 적당한 날을 정하면된다. 서양인에게 한국의 추석을 설명하려면, Korean Thanksgiving Day라고 하는데, 그말이 그대로 맞는것으로 보이며, 햇곡의 추수를 끝내고,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여 조상에게 햇곡을 바치는 아름다운 풍속이 추석이 아닌가? 그렇다면 햇곡이 나온 후인 9월말이나 10월중 적당한 날을 잡아, 추석이라고하든 추수감사절이라고하든 중국인들도 부르는 중추절이라고 하든, 지금 추석을 보내듯하면 될것 아니겠는가? (추석이라는 문구 자체가 "가을의 저녁"이라는 뜻이지, 구지 음력 8/15 자체가 중요한것은 아니지 않는가? 9/15이면 어떻고, 10 15일면 어떻고, 만월인 날이 아니면 어떤가?)

이것이 억지의 말이고 한국의 미풍양속을 해치는거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억지로라도 동의를 해준다 하여도, 구지 추석하나 때문에 두개의 달력을 쓰고 이중과세를 하고 세계와 동떨어저 살아야겠는가? 대만에 살면서 본것이지만, 중국에서는 음력설은 크게 따저서 2주일씩 회사문을 닫고 휴가를 가지만, 추석은 하루도 쉴까 말까? 별로 대단히 생각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중국문화를 따라가자는 얘기는 아니고, 단지 참고사항으로 썼을 뿐이니 오해 없기를 바라고, 음력을 없애려면 이런 방법도 있다는 한가지 방법을 제시한것 뿐으로, 나보다 볓십배 몇백배 박식한 분들도 많으니까, 생각만 하면 방법은 있다는 하나의 아이디어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다시 강조하지만 세계는 싫건 좋건 옳건 그르건 국제화의 물결을 거역할수 없는것이 현실이고, 전세계에서 오직 중국과 한국만이 고집하고 있는 그 불편한 음력을 고수하려 해서 득될것은 하나도 없다. 마치 이러한 국제화 물결속에서, 아무도 안쓰는 음력을 고집하고, 한국사람만 사람이고 외국인은 모두 양놈 뙈놈 왜놈이라고 부르고, 아무리 한국만 제일이라고 "프랑스, 영국 처럼 남의 것 빼앗아 자기문화로 둔갑시키고 입씻는 파렴치한 민족, 오스트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몽고처럼 한떄 호령했어도 지금은 찌그러져있는 옛날 송아지타령하는 민족, 빈땅 차지하려다 보니 야만족 있어 무자비하게 살육하고 자기땅 만든 미국과 호주, 포악하기 세계최고라 할 일본과 중국" 이라고 외국을 헐뜯어봤자, 한국인의 열등의식 내지는 자존심에서 나오는 말로만 비칠 뿐, 그것을 인정해줄 외국인은 하나도 없고,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초래할 뿐이다.

원낙 오래전 어릴때 한국에서 부터 음력과는 인연 없는 생활을 했고, 더구나 미국에서 달력에 음력 표시도 없는 사회에서 살다보니, 음력설은 설같지도 않고, 언제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리니까, 음력설에 대하여는 별다른 감회도 없고, 음력설만 ""이라고 부르는것이 억지 때쓰는것으로만 여겨진다. "관념" 보다는 항상 "실리"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의 생각이다. "관념"을 중요시하는 한국사람들의 대부분은 동의해주지 않을것이 뻔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