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기 아마추어무선의 역사

일제시대 – 1973년

KE6AJ/ex-HM1AJ  조 동 인 

제 1 부  (일제시대 - 1960) 

 

한국아마추어무선의 역사는 (공식적인 正史)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이 공식적으로 역사 편찬 위원회를 구성하여, 개인적인 사견이 들어가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에만 입각해서 만들어져야 할것이다. 그러나 창립 50주년 때에 착수된 역사 편찬도 중도에서 중단되어 버렸고, 창립 60주년에 만들어진 60주년 기념 특집에는 그동안의 데이타수집은 방대하게 잘 되어있으나, 무언가 알수 없는 이유 때문에, 편향되고 왜곡된 개인적인 의견으로 쓰여저, 현 이사장하의 임원진에서 객관적인 정사를 만들기를 기대하는것은 불가능일것 같다.

한편 연맹이 창립되든 1955년초 부터, 내가 연맹 편집을 맡기 시작한 1958년초 까지의 초기 3년은, 정혜선/강기동 두OMs가 연맹을 이끌어 나갔고, 나는 적극적인 보조자의 하나로 두OMs를 도와 나갔으나,  1958년 4월에는 정OM으로 부터 KARL지 편집을 인수 받았고, 다음 해인 1959년 봄 부터는 총무직책까지도 인수하여, 우리가 미국으로 이주하든 1973년 까지의 15년 동안은, 수시로 여러 OM들의 도움을 받으며, 내가 거이 혼자서 모든 연맹 일을 도맡아 해왔기 때문에, 나밖에는 그 15년간의 연맹 일을 아는 사람이 있을수가 없기에, 여기 그 기간의  “한국아마추어무선”에 대한 역사를 종합해 보았다.

그때 당시에는 연맹 일이 바쁘고, 먼 앞날 까지 내다 볼 능력도 없어, 연맹의 역사를 쓸 생각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으나, 근래에 와서 나밖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 15년간의 역사를 정리 해 놓아야겠다는 책임감을 실감하게 되었고,  우연히도 1959년에 한국에 있으면서 1954년 부터 1959년 까지의 연맹으로서는 가장 중요 했든 시기의 일들을 “KARL 역사 : 1954년 부터 1959년 까지” 라는 제목으로 KARL지에 연재한것이 있어, 그때의 기록이 되었고, 다시 2001년에 “AJ의 KARL이야기”를 써 놓은것이 있어, 내 머리에서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의 기록으로 활용할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KARL 창립 60주년 기념 특별호”에 일제시대와 내가 아마추어 무선을 시작하든 1954년 이전의 얘기에 이어, KARL 60년 간의 역사적 기록을 잘 정리하여 놓은것이 크게 공헌이 되었을것으로 믿고, 1985년의“KARL 30주년 기념호 KARL지”에도 30년간의 기록이 잘 정리되어 있는것이 있어, 이 네개의 자료를 종합 함으로서 1973년 이전의 역사는 그런대로 여기에 제대로 기록할수 있어서, 나에게 주어진 책임은 어느 정도 이것으로 다했다고 할수 있겠다. 여기에 정리한 “한국 초기의 아마추어무선 역사”는 다음의 네개의 기록을 종합한 것으로, KARL 회원 여러분이 KARL의 지나온 역사를 이해하는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두개의 내 글은 이 website에 들어가 았어 www.thechofamily.com에서 읽을수 있음.)

1) KARL지의 1959년10월호 - 12월호에 연재되었고, KARL지 2005년 4월호에 다시 계재된 
   HM1AJ의 “KARL 역사 : 1954부터1959년까지”

2) KARL지의 2001년7월호 – 2002년3월호에 연제되었든 1954년부터 1973년까지의 기록인
   HM1AJ의 “AJ의 KARL 이야기”

3) KARL 창립 60주년 기념 특별호 KARL지

4) KARL 창립 30주년 기념호  KARL지

 ==========================================================

KARL이 창립된 1955년 부터 우리가 미국으로 이주한 1973년 까지의 18년간에 한 일들.

KARL 임원 : 이사 - 11년 (총무이사 9년), 부이사장 3년, 이사장 3년. 총 17년

KARL지 편집 : 누계 총 편집 담당 기간 - 4년 2개월      총 KARL지 발행 : 39권
                     DS2OAJ (정혜선)    2년11개월                        10권
                     HM1BI(최강림)      1년 5개월                        16권
                     HM1AQ(박성근)       1년2개월                        11권

　

KARL창립 초기 3년에 정혜선/강기동 OMs는 연맹을 설립하고, 기초를 닦아 나가는 역활은 하였으나 성과는 이루지 못하고 1958년 봄과 여름에 연맹을 떠났고, 연맹의 주요 성과는 그들이 떠난지 1년이 훨씬 지난 후인 1959년 - 1960년의 2년 사이에 대부분 일어났다.

  
1958년 - 1960년 3년간의 주요 성과

1958년 초          “아마추어의 신조” 제정
 1959년2월 25일     “아마추어무선 법규 초안 작성, 체신부에 제출
 1959년 초          “Ham Radio Data Book” 발행
 1959년 6월 2일       HL9TA 가허가
 1959년 8월 19일      HL9TA 허가
 1960년 6월           개인국 신청서 체신부에 접수
 1960년 8월 5일       HM9A/p 연맹 본부의 이동국 제주도 Expedition
                     HL9TA, HM0HQ로 Call Sign 변경.
1960년 9월 3일       개인 아마추어무선국 HM1AA – HM5AH, 8개국 허가

                            드디어 아마추어무선의 전면 개방 !!

1962년 2월           HM9A/p 독도 Expedition
1965년 5월           HM Call Book 발행
 1965년 10월 5일     “우정의 전파” 초판 발행

　

 

　

한국 아마추어무선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 까지 포함할 경우 1937년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그때는 우리나라 고유의 Prefix는 없었고, 일본을 나타내는 “J”의 Prefix로 우리나라를 조선으로 Area 8로 분류 (QST 1947 Jan. P48) 하고 있었고, J8AA – J8CN 까지 15국의 실험무선국이 허가된 것으로 조사 되었다. 대부분 일본인이었고, 그중 한국인은 J8CE 손원록 (孫元錄), J8CG 한진동 (韓振東), J8CK 이인영 (李仁榮)등 3명이었다고 기록 되어 있다.

당시의 조선중앙방송국 (JODK, 현 HLKA의 전신) 기사로 근무 하던 이인영이 조선총독부로 부터 실험무선국 J8CK의 호출부호로 허가 받았고, 1938년6월16일 부산에서 한진동님이 J8CG의 호출부호로 첫 전파를 발사 하였다. [1938년 6월 16일! 이날 만은 영원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라고 1956년 KARL지 1월호에 한진동 (당시 외무부 정보국 통신실장)의 나의 회고담에 적고 있다.

이인영은 연맹이 설립되고 특별회원으로 1966년 부터 1977년 까지 감사를 역임 하셨으며, 자제분이신  이기창 (ex-HM1DQ)도 1969년 1970년에 연맹 이사를 지나셨다. 한진동은 초대, 2대 부이사장을 역임 하셨는데, 한진동의 J8CG QSL Card는 JARL (일본아마추어무선연맹) 에 보관 되고 있으며, 위의 사진은 그 카드를 촬영한 것이다. J8CE 손원록의 기록이 특별히 없으나 한국에서  J8CH Call로 무선국을 운용 하였든 JA5CP께서 WB2UQY(KE2X 윤은상 OM께 보낸 QSL Card에는 “윤은상님 . 친절한 교신과 훌륭한 카드 참으로 고마웠읍니다. 깊이 감사를 표합니다. 저는 1937에서 1941 까지 Seoul, Korea에서 J8CH라는 Call로 QRV했었읍니다. 당시 J8CE 손원록씨, J8CK 이인영씨, J8CG 한진동씨 등 Eye-ball QSO를 한적도 있읍니다. 앞으로 자주 마나 뵙기를 바랍니다. 다끼가와 마사끼” 라고 전하고 있다.

J8CK 이인영은 조응천 고문의 제자로 일제 강점기에 무선 통신 전문교육과정인 라디오 강습회를 수료해 무선 통신기술을 습득 하였고, 조선총독부로 부터 J8CK를 허가 받아 운용 하였으며, 연맹이 설립 되고 는 특별회원으로 1966년 부터 1977년 까지 감사를 역임하셨다. 대한민국의 호출부호를 받고자 여러 차례 자격고시에 응시 하셨으나 노령으로 CW에 실패하셨고, 자제분이신 이기창 (ex-HM1DQ)이 경동중학교 3학년 때에 합격하였다. 이기창은 1969년, 1970년에 연맹 이사와 KARL지 편집을 하셨고, 이인영은 1991년 71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군이 주둔하게 되었고, 어디를 가나  아마추어무선을 즐기는 그들은 이 땅에서도 예외 없이 햄의 전파를 발사하였다. 그들은 처음에 J8 Call을 그대로 사용 하였으며, 그 후 HL이라는 Prefix는 우리들이 한번도 써보기도 전에 미군인에 의하여 먼저 전세계에 퍼졌다. 누가 허가를 해줬는지? 또는 무허가였는지?는 알수 없지만, HL의 전파는 우선 미군의 손에 의해 발사 되었고, 처음 부터 수난을 겪어야만 하였다. 1945년 해방 이후 미군들이 J8Prefix를 사용 했으며 주로 3문자 Suffix를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의 정부가 수립되고 체신부에서 국제무선통신에 관심을 갖이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이인관 (연맹창립멤버, 초대이사장), 김규한 (연맹창립멤버, 초대부이사장)등 30여명의 기술자들을 체신부로 영입하여 기초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625전쟁이 일어났다 (2015.1.23일 김규한 인터뷰에서). 아마추어 무선은 결국 한 두명의 입에만 오르 내린 채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 했다. 민족의 불행한 수난사와 함께 묻혀 있던 아마추어무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것은, 휴전이 성립 되고 얼마 후 부터 였다.

 

이땅의 아마추어 선구자들은 개인적으로 정부와 교섭을 시작하였으며, 아마추어 무선국의 허가를 요구 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무선=간첩”인식이 팽배해 있던 그 시기의 한국에서 이것이 쉽사리 성공할 리가 없었다. 전쟁의 아픔속에서도 변화가 시작 된것은 전쟁의 잔해로 우리 곁에 다가온 미군들의 잔유물들, QST등 미국 잡지와 온갖 전자부품과 미군용 송수신기가 있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전자부품과 미군용 송수신기 를 쉽게 접하게 되었고, 그 무전기로 바깥 세상과 접하기 시작 하면서 그 욕구는 커져 갔고, 훗날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이라는 목표를 만들고, 그곳을 향한 준비를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수도 있을 것이다.

무선국 허가라는꿈은 너무도 멀리 있었고, 송수신기는 가까이 있었다. 더욱 휴전 후 남북분단이라는 여건 속에 전파를 다루는 일은 정부에서도 선뜻 내캐지 않는 일로 자칫하면 간첩으로 오해 받을 위태로운 일이었지만, 전파를 통해 신세계를 접하는 신비로움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당국의 허가 없이 은밀히 교신하였든 이들을 UC (Under Cover)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많은 이들이 UC로 활동 했을 듯 한데, 적발 되면 당국의 처벌을 받게 됨으로 은밀하게 이루어 졌다. UC로 활동하다 적발 되어 처벌을 받았든 사례도 전해지고 있는것으로 보아 남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웠든 때문인지라, 그 기록도 일부만 알려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까지 우리나라 ham의 발전적 시각에서 알려진 UC로는 무선과학의 저자 조요한 (HL1PC), 정혜선 (HL1AA) 그리고 강기동 (HL1TA)가 대표적인 분들로 알려져 있다. 정혜선과 강기동, 이 두분은 후에 연맹의 창립멤버로 활동하시고 연맹업무와 KARL지 편찬에 참여하시는 등 크게 도움을 주셨다.

무선과학 I은 1950년3월15일에 초판이 발행되어 1952년6월15일 까지 무려 8판이나 출간 하였고, 무선과학 II는 1953년1월20에 초판을, 1954년3월25일에 재판, 1957년 2월 20일에 3판을 발행할 정도로, 당시 무선과학은 과학도들의 지침서에 가까울 정도로 널리 읽혀졌고, 조요한의 동생들은 조요성, 조요윤으로 훗날 HM1AA, HM1AB로 우리나라의 첫번째와 두번째의 호출부호를 부여 받는다. 조요한은 1948년6월 오전 2시에 20W 출력으로 14MHz Band에서 W7EGR (Washington State, U.S.A.)과 교신하여, R5의 통보를 받았다고 무선과학 II의 P2에 적고 있는것이 유일한 기록이다.  조요한의 자료를 찾고자 동생 조요윤(KD1AB, ex-HM1AB, Florida)과의 연결을 시도한 끝에 특별호의 편집이 끝나가던 3월 8일에 조요윤으로 부터 조요한의 QSL card자료와 당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두어야 할것은 출력전력이 커야만 반듯이 좋은 DX QSO가 되는것은 아니어서, 필자의 경험에 의하드라도 단 20W의 출력을 갖이고 14MHz대에서 전화로 W7EGR (Seattle, Wash. U.S.A.)과 통화하여 QRK 5, S8의 보고를 받은적이 있다. 때는 1948년 6월 중순이었으며, 시간은 오전 2시였다.  …” 조요한은 1948년 당시 서울 종로구 궁정동 5-5에 약 15m 정도의 안테나를 세개정도 세우고 교신을 하셨는데, 한국전쟁중에 미군과 북한군이 이 안테나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후에 육군 통신장교 중위였든 정혜선 OM이 (DS2OAJ로 허가되었다가 2015년8월에 Silent Key) HL1AA call로 아마추어무선의 전파를 내다가 적발 되어 불명예 제대처분을 받았고, 그 뒤를 이어 강기동 OM이 HL1TA로 전파를 내기 시작했었다. (강OM은 결국 치안국에 불려 갔으나, 강OM의 달변으로 치안국 과장에게 아마추어무선을 설득하여, 치안국 과장의 묵인하에 HL1TA를 계속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아냈고, 이래서 완전 불법국도 아니고 합법국도 아닌 애매한 무선국으로 계속 전파를 냈다.)        

===================================

내가 아마추어무선을 처음 알게 된것은 1954년, 대학에 갓 들어간 1학년 때였다. 그 때는 한국전쟁이 휴전협정으로 막 끝나고, 반공이 국시가되어, 정부기관은 물론이고, 일반국민도 개인이 무선통신을 한다면 무조건 간첩이나 하는것으로 아는것은 물론이고, 단파방송을 청취한다든가, 어느 집에서 CW소리가 난다면 그대로 빨갱이로 몰려 경찰서에 끌려가는, 극도의 무선 공포증이 전 사회에 깔려 있든 시대였다. 이런 사상은 일제시대에 일본에도 깔려있었고, 더구나 식민통치하의 한국에서는 이 사상이 뿌리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에, 일제 통치하의 잔재였지만, 미처 거기서 빠저 나올 여유도 없이 남북으로의 분단과 한국전을 치루다보니, 오히려 강화된 상태였다고 생각된다. 정부가 운용하는 무선국 외에는 항공기나 선박무선국이 있을 정도 이고, 일반인이 접할수 있는 무선국은 고작 방송국 정도 였든것으로 기억한다.

중학교 때 부터 라디오를 만들었다 부수고 하는것이 재미있어 장사동 시장을 뒤지고 다니는것이 크나 큰 낙이었고, 무선통신에 관한 책이라고는 조요한씨 (ex-HM1AA/HM1AB의 맏 형님)가 쓴 “무선과학”이라는 책이 유일하게 시판되고 있었으며, 우리는 주로 일본에서 밀수로 흘러 들어 온 일본 책들에 의존하고 있었다. (일제하에서 강제로 일본어를 배운 덕택에) 그 당시 일본에서도 “무선과 실험”이라는 책이 거이 유일한 무선통신에 관한 전문 월간 잡지여서, 이것을 장사동 시장에서 눈에 띄는대로 띄엄 띄엄 사다 보는 것이 최대의 정보를 입수하는 수단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동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 같지만, 이것이 그당시의 현실이었다.

대학에 입학한지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새로 사온 “무선과 실험” 잡지에서 낮 설은 Call Sign들을 발견하였다. JA1AA 니 JA1BU 니 HL1TA 니 하는 Call Sign들이었다. 방송국 Call Sign은 가운데에 숫자가 없는데, 이상한 Call sign들이었고, 한국은 모두 HLKA, HLKB등으로 되어 있는데, HL1TA라는 방송국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일이 없었다. 그것도 한개 뿐이라면 오자로 보겠지만, 전 페이지에 이런 Call Sign들 뿐이라서 미스라고 보기에는 이상하였다. 다행히 몇몇 Call Sign뒤에 주소가 적혀있고, 개인 이름도 있어, (방송국에 개인 이름이 있는것도 이상 했지만), 생전 처음으로 국제우편이라는것을 보내 보았다. 일본의 JA1BU 앞으로, “JA1BU는 JABU방송국의 오자가 아닌가? 가운데 숫자는 왜 들어가 있는가?”라고 원래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이런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이 내가 아마추어무선을 알게된 계기가 되었다. (JA1BU가 이편지를 보고 포복졸도한 것 아닌지? hi hi)

편지를 보낸지 한달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어 잊어 버릴 무렵에, 엉뚱한 낮선 한국 사람에게서 편지가 왔다. 일본의 JA1BU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한번 만나보자는 편지였다. 누군지는 몰라도 무선계에 있는 사람이려니하고 만나자고 답신을 보내고, 서로가 누군지를 모르니 간첩 접선하는 식으로 몇 일 몇 시에 돈암동의 XYZ빵집에서 이런 옷을 입고 “무선과 실험”을 갖이고 나가겠노라고 써보냈다. 그리고 지정된 시간에 나가서 만난 분이 바로 정혜선 OM이었다.

이래서 만난 정 OM으로 부터 아마추어무선 얘기를 처음 들었고, 일본의 JA1BU가 당시 7MHz Phone으로 HL1TA를 운용하면서 매일 같이 JA국들과 QSO를 하던 강기동 OM과 QSO를 하면서, 나에게서 온 편지 얘기를 하였고, 강 OM이 다시 정 OM에게 얘기하여, 정 OM이 나에게 편지를 보낸것을 알게 되었다. 무선에 흥미가 많았다고는 하나, 고작 라디오나 만들었다 부셨다 하고 방송이나 듣던 나에게, 아마추어무선은 완전히 새로운 환상의 세계로 들려왔고, 이 때부터 나의 아마추어무선에 미친 생활이 시작 되었다. 특히 강기동 OM은 서울 공대 전기공학과의 한 학년 윗반에 있었기 때문에, 거의 매일 같이 만날수 있었고, 필동에 있는 그의 집에서 HL1TA로 JA들과 Rag Chew 하는 것을 본 후에는 자나 깨나 아마추어무선 생각 밖에는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때의 한국에서 유일하게 햄 전파를 내든 HL1TA의 TX는, 807이라는 진공관 하나로 50W 정도의 출력이었으며, 진폭변조 (AM = Amplitute Modulation = Ancient Modulation? = A3 Mode. 햄들이 SSB를 쓰기 시작하기 전 훨신 옛날의 이야기임)의 전화였고, RX는 미군부대에서 불하한 군용 수신기로 가장 손쉽게 장사동 시장에서 구할수 있고 가격도 적당하여, 햄들에게서 가장 사랑(?)을 받던 BC-342 (1.8 – 18 MHz)였으며, 안테나는 뒷마당 나무에 늘어 뜨린 Long Wire였든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는 일본도 아마추어무선이 개방된지 얼마 안 된 초기라서, JA국 들도 많지 않아 2 letter call들 뿐이었고, 그것도 JA1AA에서 JA1GZ까지 정도가 가장 활발했든 것 같다. hi hi.  7 MHz Band에서 이것으로도 24시간 편안한 JA QSO가 언제나 가능했고, 14MHz Band는, 그나마도 극소수였든 일본의 1급국들 밖에 나올 수가 없어서, 항상 조용하여 QSO 상대를 찾기가 힘들었었다.

그러나 이 HL1TA도 실제로는 무허가였고 (통칭 “언 커버” = Under Cover), 한국에서는 아마추어무선국이 허가 되지 않아 합법적인 햄 활동은 할수가 없었으며, 대학생 신분에 기계를 살만한 돈도 없었으니 당장 시작할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하루는 양복을 사입으라고 얻은 돈으로 양복은 안사고 BC-342를 한대 사갖고 집으로 갖이고 와서 온 집안 식구를 놀라게 만들었고, 마당에 서있든 오동나무에서 Long Wire를 끌고 와서 연결해 놓고 SWL 생활을 시작하였다. 수신 상대는 외국의 햄국들과 단파방송국들로 전세계의 단파방송국들은 자기네 전파가 어디서 얼마나 잘들리는가?를 알기 위하여 SWL들의 수신보고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 수신보고서를 보내주면 (비싼 국제우편료는 들었지만) 햄들의 QSL Card와 비슷한 수신확인 카드와 팸프랫등을 보내왔었다. 특히 영국의 BBC나 미국의 VOA, 일본의 NHK들이 예쁜 카드와 자료들을 많이 보내왔었다. 이런 방송국들을 상대로 수신보고서를 보내는 활동도 활발하여, 이들을 BCL (Broadcasting Listener) 또는 그냥 통칭 SWL이라고 했었다. 어쨋든 BCL활동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었고, 아침 저녁으로 7MHz나 14MHz를 틀어 놓고 온 집안에 시끄러운 소리를 내다 보니 가족들의 항의도 있어, Headphone (통칭 “레시버”= Receiver)을 하나 사서 머리에 끼고, 틈만 있으면 외국 햄들의 QSO를 들으면서, 나는 언제나 저렇게 할수 있을까 하고 꿈만 꾸고 지났다.

이렇게 내가 아마추어무선을 처음 알게 된것은 KARL이 창립되기 전해인 1954년으로, 이 때에 아마추어무선에 가장 열성적인 OM은 역시 아마추어무선국의 공식 허가를 기다릴수 만은 없어서, 당국에 적발되면 간첩으로 까지 몰릴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특히 반공이 국시였고, 막 전쟁이 휴전으로 들어가던 당시에) 무허가로 전파를 내든 정혜선 OM (HL1AA)과 강기동 OM(HL1TA)이었고, 그외에 서울공대의 강OM과 한 반인 전기공학과 2학년에는 이동호(후일 HM1AH) OM, 김동주(후일 HM1AF) OM을 비롯하여 10여명의 아마추어 지망생들이 있어서, 나도 학교에서 여기에 한 몫 끼어, 거이 매일 만나면서 아마추어무선에 관한 얘기에 꽃을 피우면서 지났다.

 이들은 모두가 정부의 허가도 없이, 공식적으로는 불법무선국 일 수밖에 없었지만, 정식으로 허가를 받을수 있는 상태에서의  불법무선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아마추어들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전파를 내는 사람은 오히려 “개척자”로 대접하여 존경하고 있다.

KARL의 결성이 거이 익어 가던 무렵의 어느날, 강기동OM의 shack에는 강OM을 비롯하여 필자등 몇몇의 Ham광들이 모여 언제나 마찬가지로 이것 저것 Rag Chew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화제는 언제나 이런 족속이 모이면 일정한것. W가 어떻고, JA가 어떻고 등등. 더구나 HL의 Ham Radio를 개방 시키겠다는 불 타는(?) 의욕으로 KARL을 만들려고 하든 참이었으니 QRU란 당치도 않은 말. 미국의 Rag Chew Club 쯤은 뺨칠 정도로 무궁무진한 화제 가운데에 당국의 처사를 비난도 했다가 동정도 했다가….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결론은 도대체 체신부 아저씨들이 아마추어무선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 셈이냐는 정도로 낙착 되는것이 일쑤였다. 이렇게 몇 시간을 Rag Chew에 꽃을 피우다가 화제는 SWL로 돌아 갔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SWL Card를 만들었든 사람들은 이동호, 조동인, 김동주등 서너명 정도였지만 앞으로 많이 생길 SWL을 위하여 장차 KARL이 결성 되면 SWL Number가 필요하게 될거라고 이야기가 나왔고, 이래서 그곳에 있든 몇몇 사람이 성급하게 SWL Number를 확정 하였었다. 그래서 우선 SWL활동이 가장 활발했든 이동호에게 HL-1001을, 내가 그 다음으로 HL-1002로, 그다음은 배명승이 HL-1003으로, 그리고 4자는 모두 싫어하는데 강기동이 자진해서 HL-1004라는 번호를 갖겠다고 하였다. 이렇게 하여 약 10명 정도의 SWL Number가 그자리에서 정해젔었다. 이 때에는 아직 Call Area라는것은 생각지도 못했으므로 한동안 전부 HL-1001 로 부터 일련번호로 나갔으나, 그 후 연맹의 탄생과 함게 Call Area를 확정하여 HL-3001 김대진, HL-5001 조병주가 탄생 하였다.

1955년이 되면서, 서울공대 전기공학과 내에서만 얘기 되었든 아마추어무선이, 서울 문리대 물리학과 배명승 OM (후에 실험무선국 제1호였든 HL2AA의 창설자)등 공대 밖의 동호인들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개인의 힘만으로는 안되겠고, 단체의 힘으로 정부와 교섭하자는 방향으로 진전이 되었다. 이래서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의 발기인회가 구성되어, 후배 양성에 남다른 열성을 보이셨고, 당시 공보부 방송관리국 기감이시든 (KBS에서 기술직 최고 공무원) 이인관 기감을 초대 이사장으로 모시기로 하였고, 부이사장으로는 역시 후배양성에 발벗고 지원 하시든 한국공사 (당시 미국의 가장 유명한 고급 통신기 메이커였든 Collins의 한국대리점)의 김규한 사장님을 모시기로 하였으며, 그외에 기독교방송국의 기술부장이든 이덕빈 OM이 적극 지원하여 주셨다.  (종로2가의 기독교방송국이 있든 빌딩의 1층에 있었던 “시온 다방”이 항상 모이는 장소가 되었고, 당시의 대부분 의 대학생 주머니 속에는 고작 뻐스값 정도 밖에 없던 시절이라, 모임후의 커피 값은 결국 대부분의 경우 이덕빈 OM의 몫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하여 몇달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1955년 4월 20일에 동국무선고등학교 (광운공대의 전신) 교실 하나를 빌려 50여명의 동호인이 모여 드디어 한국아마추어무선여맹이 결성 되었고, 초대 이사장에 인인관 기감님을,  한국공사에 근무하는 김규한님과 일제시대에 아마추어무선을 시작했든 한진동님을 부이사장으로 선출하고, 김동주는 총무를, 정혜선은 출판을, 강기동은 대내대외 교섭을 맡아 연맹은 명실공히 하나의 단체로서의 면모를 들어 내기에 이르른다. 그후 체신부 전파관리국 관리하의 정식 기관으로 인정되어 사단법인으로 등록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공식적인 법인체로 인정 받기 까지, 이인관 이사장이 무선계의 원로로서의 영향력을 최대한 발휘 하여 크게 도움을 주셨고, 법인 등록의 법적 절차에는 김규한 부이사장님의 해박한 법율지식이 큰 역활을 했었다.

최초의 무선국이 허가되고, 곧 이어 창립총회의 발기가 있기 까지의 과정을 창립의 중추를 맡았던 발기안중 서울공대 학생으로 나중에 열네번의 이사를 역임 한 끝에 이사장 자리에 올랐든 조동인님도 이렇게 그 당시를 회고 한다.

“그 때 여러 OM들의 열성은 굉장한 것이었다. 특히 서울공대에는 강기동, 이동호, 김동주, 서정욱HL2AJ(서울공대 실험무선국) 창설자 김세대, 안수길 그리고 이미 사회로 나간 정혜선과 나….중략…. 어떻게 하면 HAM RADIO를 개방시키느냐…….연구 끝에……. 결론으로 단체를 만들어 단체의 힘으로 교섭해 보자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정혜선씨의 지도가 많았고, 배명승OM이 문리대에서 유일 하게 참가 …… 강기동OM의 Shack에 모여 명칭등을 결정 창립총회에 대비하게 되었다” [59년 7월호 p35-37, 10월호 p20 – 23, 12월호 p28 발췌]

1955년4월20일에 서울 중구 봉래동 1-83 동국무선고등학교에 초청인사 3명, 서울 공과대생 10여명, 서울 문리대생 1명, 동국무선고등학교생등 약 40여명이 모여 창립총회를 가짐으로서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KARL, The Korean Amateur Radio League)이 탄생하였다

한편 KARL의 창립 이전 부터 Ham License를 얻는 방법을 여러가지로 연구해본 결과, 우리나라 법규에는 아마추어무선이라는 조항이 전혀 없으므로, 별수 없이 과거의 일본정부가 일본법을 적용하여 J Call을 내주면서 우리 나라 사람에게 까지도 Ham License가 주어졌든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들 생각으로는, 일본이 소위 “조센징”이라고 무척 학대 하든 한국인에게 까지 Ham License를 주었는데, 이제 우리 나라에서 우리 나라 사람에게 Ham License를 안주겠느냐는 이야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래서 시험삼아 제출한 강기동 OM의 “실험무선국” 신청서는 점잖게 되돌아 오고 말았다. 그러나 체신부에서도 이미 그냥 넘어갈수는 없는 처지에 이르렀고, 학교에 한하여 “실험무선국”을 허가 하겠다고 관용(?)을 표시 함으로서, 1955년 5월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실험무선국 HL2AA에 3.5MHz를 제외한 모든 아마추어용 주파수대가 허가 되었으며, 이것은 Call Sign이나 주파수대가 그대로 Ham Operation을 할수 있는 것이어서, 우리는 이것을 사실상의 Ham 개방의 서곡이라고 보았다.

그후 뒤이어 HL2AB(연희대), HL2AC(동국무선), HL2AG(한양공대)등이 계속 허기되었고, 이제는 HL2AA를 허가 받은 서울대학교 문리대의 배명승 이문종 두 OM은 곧 807 single  TX에 실험실 Amp를 그대로 Mod로 써서 우리나라 최초로 CQ를 14MHz 전파에 태워 보냈고, 이것은 곧 HL의 Sig을 고대하든 세계 각국의 DXer들 간에 인기를 총 집중시키기에 이르렀다. 그 다음에 나간 HL2AC는 CW QSO를 통하여 DX 실적을 올렸고, 1957년 경에는 서울공대의 HL2AJ가 Viking II TX와 SP-600 RX로 FB한 위치와 각 뺀드용 Doublet 5기의 높은 안테나로 OP들이 곧잘 밤을 세워가며 Europe, Africa등의 DX국들가 FB QSO를 전개 했었다. 

이렇게 HAM개방을 위한 목마름이 깊어지자 당국은 드디어 1955년2월8일 “무선전산법 제2조 5호의 규정에 의하여 무선전신 무선전화에 관한 실험 전용에 공하기 위함”이라는 전제하에 “실험무선국”이라는 명칭으로 그 최초의 허가를 동국무선고등학교에 내리기에 이른다. 이는 순수한 실험을 위한 것으로 1955년 부터 1959년에 걸쳐 모두 13국의 실험무선국들이 허가되어 어쩔수 없는 묵인하에 정식 HAM 개방이 이루어 지기 까지 한동안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등 아마추어무선을 예인해 간 공로를 부인할수는 없으나, 순수한 의미에서의 아마추어무선국은 아니었다. 1955년 부터 1959년 까지 허가된 실험무선국 현황은 다음과 같다.

이렇게 되자 당황한 체신부가 실험무선국은 어디 까지나 실험을 위한것이니까 아마추어 업무는 하면 안되고, 따라서 Oversea QSO는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렸고, 더구나 한참 간첩 사건이 연발 하자 각학교 실험무선국은 거이 모두가 약속이나 하듯이 폐국 상태에 들어간채로 오늘에 이르고 말았다.

그때의 연맹의 업무는 주로 두가지로, 하나는 체신부 전파관리국 아저씨들에게 아마추어무선을 계몽하면서 아마추어무선의 개방을 조르는 일과, 회원에게 아마추어무선의 지식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하여 KARL이라는 기관지를 발행하는 일이었다.

당시 무선계를 관활하든 법률은 일제시대의 일본 법규를 그대로 번역하여 쓰든 때였으므로, “아마추어무선”이라는 문구 조차 없었고 (일제시대의 J8국은 명칭이 “실험무선국”이었다.), 사회 자체가 무선통신이라면 금방 스파이를 연상하든 때 였으므로, 체신부로서도 섣불리 개인에게 무선국 허가를 했다가, 더 힘이 쎈 경찰이나 보안 당국으로 부터 항의를 받을 까봐 겁이 날수 밖에 없었을게고, 더구나 625사변이 겨우 휴전으로 들어간 직후인지라, 전국 곳곳에서 공산 간첩이나 게릴라들이 날치고 있었으므로, 체신부 공무원으로서도 쉽게 개인 무선국을 허가할수는 없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태다 보니 장사동 시장에서 BC-342  한대라도 사오려면 파출소 앞은 되도록 피해야 했고, 겉으로는 잘 안보이도록 하여 뒷골목으로 마치 도둑이 훔친 장물 갖이고 가듯이 집으로 가져 갔고, 안테나는 집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도록 처마 밑으로 Long Wire나 칠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요세 동내에서 미관 상한다고 안테나를 못치게 하는것과는 전혀 이유가 달랐다. hi hi) 실제로 무전기(?)를 가지고 가다가 경찰에 발각되어 유치장 신세를 진 OM도 적지 않았고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기계는 압수당하고 부모만 혼나고 풀려나오기는 했지만…) 나도 삑 삑 하는 전신 소리가 집 밖으로 세어나가 누군가가 경찰서에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관의 방문을 받은 일이 있었다. 요사이 젊은 사람이 들으면, 정말 그런 일이 있었을까? 과장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옛날 얘기지만 틀림없는 사실 이야기 이고, 이런 상태에서 철부지 대학생이 하루가 멀다고 찾아와 체신부 당국자들을 졸라 댔으니. 지금 생가하면 체신부 아저씨들이 딱하기도 하였든것 같다. hi hi.

 그해 12월1일에는 배명승, 이덕빈, 이문종, 정혜선, 김동주, 조동인, 윤은상, 강기동 등을 필진으로 정혜선이 직접 손수 롤러로 등사하여, 38페이지에 달하는 연맹의 기관지이며 한국 최초의 무선잡지 “KARL”의 창간호를 발행하게 된다.

이렇게 체신부를 졸르면서, 한편으로는 KARL지를 발행하려니 연맹이 매월 월간지를 낼만한 돈도 없었고, 선배들의 주머니를 긁어 내는데에도 한계가 있어, 제대로 된 인쇄는 상상도 못했고, 소위 일본말로 “가리방”이라 불리우든 “등사판”으로 KARL지를 만들수 밖에 없었다. 요새 사람들이 등사판을 본적이나 있을런지 의문이지만, 밑에 꺼칠 꺼칠한 철판을 놓고, 기름을 잔득 먹한 종이를 놓고, 철필(끝이 뾰족한 쇠로된)로 끌씨를 쓴 후에, 잉크를 잔뜩 묻힌 Roller로 한장 한장을 인쇄해 나갔으니, 다행히 회원수가 백명도 안됐으니 가능했지, 오늘 같이 수만부를 그렇게 인쇄하려면 아마 수십명의 팔이 떨어저 나갔을 것이었다.

이렇게 등사판으로 KARL지 제1호가 나갔는데, 당시의 역활분담은 글씨를 잘 쓰시는 정혜선 OM이 서울역 뒤의 집에서 원고를 정리하고, 등사판에 철필로 써서 원판을 만드는것을 도맡아 하셨고, 원고는 정OM이 직접 쓰거나 강OM을 위시하여 우리 서울공대 OM들이 스스로 쓴것도 있고, 일본 책을 무단으로 번역하여 채우기도 하였었다. 내용은 주로 아마추어무선이 무엇인가를 계몽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하여 인쇄할 단계가 되면, 이동호, 김동주 그리고 내가 주가되어 서울공대 OM들의 근로봉사가 시작되어, 등사판을 문질러 인쇄를하고, 봉투에 넣어 포장하고, 주소를 써서 우체국에 가서 봉투마다 우표를 붙여 발송을 하였다. 언제 까지 정 OM을 위시하여 우리가 이렇게 수고를 하였는지? 확실한 기억은 없지만, 적어도 1-2년은 계속 되었든것 같은데, 이렇게 무료로 근로 봉사를 하면서 “누가 돈주고 하라면 못할일”이라고 농담도 했었다. 그러나 이것도 자금이 없어 여러달을 건너 뛰기도 곳잘 하였었다.

 한편 KARL에서는 처음에는 부이사장이신 김규한 OM의 사무실이 안국동에 있었으므로 그 일부를 빌려 쓰고 있었으나, 얼마 안 있어 HL-1016 박대선 OM의 호의로 명동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KARL이란 모두가 본업을 갖이고 밥벌이를 하면서 취미를 즐기는 사람으로 모인 단체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가 고정하여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고, 결국 사무실이란 유명무실 한것이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자연 회원과 HQ와의 관계가 희미하게 되었으므로, 1955년 11월 26일에 서울 문리대 교양학부 강의실을 빌려 제1차 임시총회를 개최 하였다.

이때의 회원수는 총계 50명으로, 이날의 임시총회는 총회라기 보다는 강연회 비슷해저, 미국에서 귀국하신 이사장의 “미국방송계의 전망”이라는 강좌에 이어 강기동 OM의 “아마추어무선의 기원”이라는 강좌, 그리고 그동안 주어 들은것들을 조합 해서 나도 한 몫 끼어 가로되 “아마추어무선 해설”, 끝으로 배명승 OM의 주도로 Ham Band의 실제 청취가 있었든 것을 기억한다. 더구나 이날은 HL-1001, HL-1002, HL-1008등 각 OM이 갖고 있는 QSL, SWL Card, Veri등을 모조리 거두어서 벽에다 붙여놓고 전시 했으니, 정말 총회라기 보다는 아마추어무선 개몽을 위한 선전 강연회적 모임이었다. 당시에는 KARL회원 중에도 HAM Radio를 잘 모르는 분이 대부분이었으니 나 같은 친구가 공갈 섞어 떠들어도 OM 아닌 OM 대우를 받을 만큼 Ham계는 시발점에 있었다.

 

1955년 11월에 임시총회를 넘기고 이어 겨울 방학이 시작 되자, 방학만 되면 도저히 집 구석에 처박혀 있지 못하는 특성을 가진 강기동 OM이 막 공비토벌이 끝 난 지리산으로 서울공대 동계 등반대의 일원으로 출발하게 되었는데, 이 때 강OM은 학교와 체신부를 드나들면서 어떻게 하여 HLAA9이라는 무선국 허가를 얻어 냈다. 목적은 비상연락과 학술연구용. 그러나 강OM의 진짜 목적은 딴곳에 있었다. 서울의 HL2AA와 긴밀한 Schedule을 짠 강OM은 2E24 Para Final의 TX와 BC-342 RX 그리고 14MHz용의 2 ele Rotary Beam등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장비를 마련하여 일로 지리산으로 향했다. 

지리산에 도착한 강OM은 그곳 지서주임의 극진한 협조하에 지리산 꼭대기의 눈 위에서 CQ DX를 불렸고, HLAA9이라는 호출부호는 쥐도 새도 모르게 HL9AA/portable이라는 아마추어용 호출부호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hi hi. 그리하여 지리산의 눈 속에서 강 OM이 QSO한 나라의 수가 무려 30 country였다. 1956년의 일이니까, 태양 흑점계수가 최고에 접근하고 있었으니 condx은 최고로 양호 할수 밖에…… HL9AA/p로 지리산을 다녀온 후에 이를 알게 된 체신부와 학교로 부터 기합을 받았지만 처벌은 없었고, 강 OM은 QSL card에  L9AA/portable Chi-I Mountain 서울공대 동계 등반대라고 버젓이 인쇄하여 발송해 버렸었다.

이렇게 지리산을 다녀온 강OM의 갖가지 무용담(?)은 시온다방에 모인 OM들의 Rag Chew 화제로 많이 등장했다. 그 이야기들을 일일히 옮길 수는 없지만, 한번은 QSO도중에 남전이 전기공사를 하느라 정전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강OM이 그곳 경찰서에 가서 지금 중요한 통신을 수행중인데 정전이 되었다고 말하자, 경찰서장이 곧 남전에 전화를 걸어 30분간 공사를 중지하게하고 송전을 하게 한 일도 있다 한다. 만일 경찰서장이 그 중요한 통신 내용이 아마추어의 Rag Chew인줄을 알았드라면 노발대발 하지 않았을런지….? 합법국을 불법운용을 하던지, 불법국(UC)을 운용하든지 하려면 이정도의 뱃짱은 있어야 하는것 아닐까? 이것은 법을 어긴 불법운용으로, Call Sign조차 HLAA9을 HL9AA로 바꿔서 운용한 불법행위였지만, 이 역시 아마추어무선이 개방 되기전에 용감하게 Ham Operation을 한 것이기 때문에, Ham들의 눈에는 개척자의 용감한 운용으로 높이 평가 되고 있다.

이런 Episode를 수 없이 남긴 강기동의 무용담이 점점 식어갈 무렵에, KARL 창립 후 최초의 정기총회를 가젔다. 장소는 서울 대학교 문리과 대학 교양학부 강의실이었고, 일자는 4월 20일.  그리고 이에 앞서 4월15일에는 KBS 수원 송신소의 견학이 실시 되었는데, 여기에는 의외로 많은 회원들이 모여, 아침에 열차편으로 서울역을 출발, 수원 역전에서 점심을 먹고 걸어서 수원 송신소에 도착했다. 당시 거이 완성이 되어가고 있든 수원 송신소에는 이인관 이사장님이 먼저 도착하여 미리 와 계셔서, 하루를 정말 뜻있게 보내고 왔든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그 후 1956년8월에는 내가 군에 입대하였기 때문에 이때 부터 한동안의 일은 잘 알지 못하겠다. 단지 틈틈이
휴가차 상경하여 여러 OM들로 부터 대강 KARL이 어떻게 돌아 가는지 이야기를 듣고 알고 지났다. 1957년
4월경에는 그토록 말썽이 많든 사단법인체화가 드디어 실현되었고, 5월13일에는 HLKA의 전파를 통하여 아마추
어무선에대한 특집좌담회가 열려 방송되었다. 그리하여 1957년6월17일의 제2차정기총회에는 참석할수 있었는데,
이때에 참석했든 회원수는 60명에 장소는 KBS Hall이었다.

1957년에 있었든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일은 체신부에서 7월15일에 계획한 제1차 전국 전파통신 관계자회의로서,
KARL에서는 정혜선 OM이 참석하여,

1. 전파일의 제정

2. 아마추어무선의 개방

3. 단파청취 허가제의 폐지

등을 건의 하였으나 제 3항의 단파 청취 허가제의 폐지만이 실현되고, 제1항, 제2항은 좀더 연구 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은 채로 아직 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임에서의 건의 사항이 비록 받아 들여저서
시행될수는 없다 하드라도 당국의 과학적인 행정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으로 믿으며, 앞으로도 자주 이런
행사가 있기를 바라지만, 아직 까지 두번 다시 열리지 않았든것으로 알고 있다.

장사동이라기 보다 동대문 시장으로 더 잘 통하는 아마추어들의 천국이 있다. 이제는 청계천을 메우고 새로운 도로가 생기는 바람에 많이 한산해 졌지만, 그러나 동대문 Junk상점 앞에서 한시간만 서 있으면틀림 없이 KARL회원 하나쯤은 만날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KARL 회원의 출입이 잦으니 KARL의 사무실을 여기로 옮기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1957년 11월 중순에는 KARL 분실이 장사동 동대문 시장 한 가운데에 생겼다. 여기에는 매일 같이 조찬길 OM과 정혜선 OM이 붙어 앉아 있었다. 그리하여 조찬길 OM은 총무, 회계의 일을, 그리고 정혜선 OM은 KARL지의 일을 맡았었다. 그러나 언제나 KARL의 사무에 보수가 지불 되어 본 적이 없으니까, 이 때도 이 두 OM의 근무(?)는 완전히 무보수의 봉사였음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KARL지의 제1호, 제2호, 제4호, 제5호의 4권만이 정 OM이 직접 등사판을 긁었고, 그 후로는 정 OM의 일이 줄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KARL지의 원고 부족은 KARL지 편집에 가장 큰 두통 거리였다. 다행이도 (본인에게는 미안 한 얘기지만) 당시의 두 OM은 특정한 직장이 없었으므로 하루도 빠짐 없이 KARL분실에 나와 있었고, 덕택에 시장에 나왔든 회원들이 한 둘 씩 수시로 이 분실을 찾을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얼마 되지 않아서 정 OM이 직장을 갖게 되어 정OM이 먼저 분실에서 사라져 버렸고, 한동안 조찬길OM이 혼자서 이 분실을 지키고 있어야 만 했다. 그때가 1958년 봄.

이런 3년을 보내고, 1958년도 제3차 정기총회는 예정보다 2개월이나 늦어 1958년 6월 22일에 KBS Hall에서 개최 되었다. 그런데 이 정기총회가 있기 전인 1958년 4월 말 경 당시 미국 유학 수속에 한참 바쁜 강기동OM이 나를 찾아왔다. 지금까지 KARL지 편집을 맡아 오던 정OM은 부득이 사정상 KARL지 편집을 계속 할수 없게 되었으나, 강OM이나 배명승 OM이나 모두 머지 않아 미국으로 QSY할 것이고, 조찬길 OM은 총무에 바쁘고, 그전 서울공대 멤버들은 모두 군에 복무중이고….

KARL지를 맡을 사람이 없으니 한번 해 보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도대체 처음 부터 억지였다. 잡지 편집이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지? 구경 조차 해 본 일이 없고, 정 OM이 하는 것을 슬쩍 슬쩍 본 일은 있으나, 이럴줄 알았으면 좀 배워나 둘것을 갑자기 KARL지 편집을 하라니 정말 난처한 일일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아마추어무선국의 면허도 내리지 않은 이 때에, KARL의 가장 큰 사업이 KARL지를 통한 계몽, 선전, 보급에 있었으니 KARL지가 안 나간다면 KARL은 그 때 부터 문을 닫아야 하는 신세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무래도 엄두가 나질 않았으나, 자꾸 권하는 강 OM의 성의와 그때 까지 일해 온 KARL을 버릴수는 도저히 없어서, 그야 말로 문자 그대로 만용을 발휘 하여 KARL지의 편집을 맡았다.           

 


 그리하여 생전 처음으로 발행 한것이 KARL 11호 1958년 7월호였다. 애당초KARL지를 인계 받으며 나는 나대로 목표가 있었다. 즉 (1) 반듯이 월간이 되도록 매월 1회 꼭 발행 할것. (2) 그러기 위해서는 페이지 수를 줄이드라도 일정 페이지 수가 꼭 꼭 나갈것 (3) 내용은 될수 있는 한 아마추어무선에 관계 있는 기사로 할것. 그러나 실제와 이론은 너무나 차이가 컸다. KARL지는 내손에 들어온 후에 도 우선 경험 때문에 7월호, 8월호를 낸 후에 12월에 가서야 송년호를 내고, 그후는 아주 끊어지고 말았다. 나는 조찬길 OM을 들볶았지만, 회비가 걷히지 않는데는 조 OM도 어쩔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다가 1959년 초에 조찬길 OM도 KBS 춘천 방송국으로 전근되어 내려가는 바람에 총무 일 까지 나에게 넘어왔고, 1973년 가을에 미국으로 이주 할 때까지, 금성사 부산공장에 근무하던 2년 반을 빼고는 연맹을 혼자서 이끌어 나갈수 밖에 없게 되고 말았다.

한편 “Ham Radio License의 박두”라는 뉴스는 벌써 부터 KARL지상에 발표 되었으나, 언제나 공수표로 License는 내리자 않은 채로 1958년 10울 까지 끌어 왔다. 그런데 10월31일자로 체신당국은 KARL HQ에 아마추어무선국을 허가해 주겠다고 공문을 보내 왔다. 그래서 조찬길 OM이 열심히 서류를 꾸며 갖어다 주면, “여기가 틀렸다” “이런 서류를 갖어 오라”등등, 끌고 끌어 다음 해인 1959년 6월 2일 에야 결재가 났으니 만 7개월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국인에게는 내리지 않았든 아마추어무선국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1956년에 오산에 있는 미 공군기지에 HL2AM이라는 호출부호로 허가 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것은 각 학교 실허무선국과 똑 같이 HL2의 실험무선국 형태였으나, 실험국들은 Oversea QSO가 금지되어 있는 동안에도 HL2AM은 예사로 UA(쏘련)와도 QSO하고, 마치 HL에서 허가된 단 하나의 HAM인양 행세했었다. 이러니 우리가 격분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우리에게는 정세가 어떠니 뭐가 어떠니 하면서 내려 주지 않는 아마추어무선국을 미국인에 먼저 내주고, 게다가 똑 같은 HL2 stn인데 각학교 실험무선국은 해외교신을 금지 시키고….. 도대체 말이 아니었다. 구 후에 이 HL2AM은 1957년12월31일 부로 QRT시키고, 다시 HL9KR로 바뀜으로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HL9 stn이 탄생 하였고, 뒤이어 HL9KS, HL9KT가 생겨났으며 HL9KJ에 이르기 까지 도합 4개의 미국인국이 생겨 날 때 까지 한국인들에게는 하나도 허가해 주지 않았다는 것은 도대체가 언어도단이며, 사대주의도 정도문제라고 ham들은 분게하였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어떤 OM은 체신부 전파관리과 공무원은 생리가 다른 모양이라고 투덜 대기도 하였고….. hi hi.

비록 실험무선국 허가는 되어 있었으나, 실험무선국이 있는 학교 학생들 외에는 여전히 전파를 낼 기회가 없었고, 개인 아마추어무선국의 개방이 연맹의 궁국적인 목표가 될수 밖에 없었다.그러던 중 1958년도 저물어 가던 무렵에 한국 햄들에게는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전세계 어디를 가든 햄 생활을 떠날수가 없는 미군들이 체신부에 어떤 압력을 넣었는지? HL9KA – HL9KZ의 호출부호를 활당 받아, 군 보조국 (Military Auxilary Radio Station)이라는 명칭하에 미국 군인들에게 개인적인 아마추어무선국이 허가 되었다는 소식이었고, 실제로도 HL9국들의 전파를 매일 같이 20/15m bands에서 들을 수가 있었는데, 그들은 미국의 햄들에게 Phone Patch를 요청하여 가족들과 나누는 대화도 수신할 수가 있었다.

이것도 지금와서 깊이 생각해 보면, 한국전쟁에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여 이북의 침략을 막아주었고, 전쟁이 끝난지 몇년도 안된 때여서, 당시의 한국 실정으로서는 어쩔수 없었을 것이고, 이것은 체신부 실무자의 손을 떠나 고위층에서 이루어진 일이었을 것이며, 미국의 점령하의 폐전국으로 있던 일본에서도 미국을 나타내는 호출부호인 KA Call로 수많은 미군 아마추어무선국이 역시 군사보조국이라는 명칭하에 운용되고 있었지만, 젊은 혈기의 우리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수가 없었고, “체신부는 대한민국 체신부냐? 미 합중국 체신부냐?” “한국에서 아마추어무선을 하려면 미국 시민권을 먼저 받아야 하느냐?” 등등 흥분을 감추지 못하여, 심지어는 “우리 모두 전파 데모를 하자. 체신부에 사전통고를 하고 일제히 무허가 전파를 내서 잡혀갈려면 잡혀가자!!”고 분을 참지 못하였다.
연맹도 즉시로 체신부에 정식 항의서를 작성하여 강도높게 항의 하기에 이르렀다. 일이 이렇게 전개되자, 체신부에서도 그대로 지나갈수는 없다고 느끼게 되었고, 다음 해인 1959년 봄에, 그래도 아직 개인국은 곤란하지만, 연맹 앞으로 정식 아마추어무선국을 허가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아마추어무선국의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려니, 연맹이 가난해서 송수신기를 마련할 돈도 없었고, 중앙우체국 사서함 162호에 의해서만 운용되어온 연맹이라 무선국을 설치할 장소도 없었다. 결국 이여은 OM(지금의 HL2AK)이 자작송수신기를 제공하기로 하였고, 장소는 당시 서을시장의 아들인 임일명 OM(후일 HM1AG)이 장소를 제공하여, 연맹 이사장 명의로 무선국 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게 되었고, 몇달의 시비곡절 끝에 드디어 한국이마추어무선연맹 이사장 앞으로 한국 최초의 정식 아마추어무선국 HL9TA가 허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1959년 6월 2일로 한국 무선사에 영원히 남을 날이 되었는데, 체신부가 HL9TA의 호출부호를 왜 선정했는지 모르겠으나,  미군에게 이미 활당한 HL9과 강기동 OM이 쓰던 TA를 합처서 만든것 아닌지? 어쨋든 이래서 한국 최초의 실험무선국이 아닌 정식 "아마추어무선국 HL9TA"의 첫 전파가 유일한 여성 햄이었든 임정혁 YL에 의하여 전세계로 발사된 것이 7월 19일로, 그때의 감격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날의 영광의 operator들은, 이여은(후일 HM1AK), 임일명(후일 HM1AG), 조요성(후일 HM1AA), 조요윤(후일 HM1AB), 그리고 당시의 유일한 여성 햄인 임정혁(후일 HM1AM)양, 그리고 나(후일 HM1AJ)였었다.

이보다 앞서 1958년말경 부터 아마추어연맹 앞으로 단체국이 허가될거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개인국 허가를 포함한 전면 개방을 위한 정지 작업이 연맹 내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우선 아마추어무선이라는 문구조차 없는 일제시대의 유물인 전파관리법에 아마추어무선 조항을 넣어야겠는데, 체신부 아저씨들은 아마추어무선에 대한것을 너무 모르니, 그들이 법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연맹내에 상의할 상대도 없었고, 할수 없이 모든것을 혼자서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우선 미국, 영국, 일본등지의 전파 관련 법령들을 입수하여, 공대생이 생전에 만저 보지도 않던 법률공부를 시작하였고, 몇달이 걸려 그래도 아마추어무선 법규 초안을 만들어 냈었다. 그 내용은 : 아마추어무선사의 급은 1급, 2급, 3급으로 하고, 1급과 2급은 일본의 제도를 모방 하였고, 3급은 미국의 Novice급을 도입하였다. 그래서 1급은 전 주파수대에서 전신 전화를 쓸수 있게 하였고 (최대출력 100W, 전신시험 분당 50자), 2급은 14MHz band를 제외한 전밴드에서 전신/전화를 쓰게하였으며 (최대출력 50W, 전신시험 분당 35자), 3급은 미국의 Novice Class를 도입하여 7MHz band와 28MHz Band이상으로 하되, 7MHz는 전신에 한해서 쓸수 있도록 했다 (최대출력 10W, 전신 시험 속도 분당 25자). 이것은 누구나 손 쉽게 아마추어가 될수는 있지만, 반듯이 전신을 강요하여, 전신을 연습하는 동안에 햄 뺀드를 많이 수신하고, 햄계의 상식이나 예의를 배우게 함으로서, 무질서한 햄계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 하려 한것이었다. 나자신도 전신을 늦게 배워, 후일 이 규정 때문에 고생을 하였고, 처음에는 2급 면허를 땄다가, 후에 다시 시험을 보아 1급 면허를 땄지만, 나는 아직도 이규정을 찬성하고 있고, 일본이 전신 없는 전화급을 만들어, 햄수는 급속도로 늘어났지만 7MHz Band를 항상 무질서한 전화급 때문에 혼신으로 못쓰게 만들어 외국으로 부터 비난을 많이 받았었다. 요새는 전신이 점점 쇄퇴해져 미국에서도 전신시험이 없어졌지만, 그 당시에는 UN산하의 국제통신연합인 ITU 규정이 모든 무선통신사는 전신을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HL Call은 우리에 앞서 미군들이 먼저 활개를 처서, 마치 미군이 한국을 대표하는 꼴이 되었고, 불법무선국들이 많이 썼기 때문에, 새 술은 새푸대에 담자고, 당시 한국에 활당 되어있든 HL/HM 중에서 HM Call을 달라고 우겼고, 연맹에서 일찍 부터 만들어 쓰던 Call Area를 그대로 써서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오늘날 같이 햄수가 급증할 것은 도저히 생각 할수가 없었기 때문에, Suffix는 Call Area가 변해도 (거주지 변경등으로) 변하지 않도록,  전세계에 어디에도 없는 제도를 창안하여 요청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햄수가 너무 늘어났고, 이제는 이 제도를 다시 고려하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법규를 1958년말에 작성하여 여러 OM들의 검토를 거쳐, 1959년 2월 25일에 체신부에 제출하여 여러달 꾸준히 추진하였고, 국회를 통과하여야하는 전파관리법에 포함시키는데는 1년 이상이 걸리겠기에, 우선 체신부의 시행령으로 포함시켜 대부분을 그대로 시행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젔었다.

이에 의거하여 1959년 부터 위의 제1급, 제2급, 제3급 아마추어무선 통신사의 자격시험이 실시 되었고, 이런 일을 하면서 한참 데이트를 하던 당시 이화여대 1년생이든 임정혁양을 설득하여 아마추어무선 바람을 불어넣어서 데이트로 만날 때 마다 반년이상을 아마추어무선 교육을 하여 1959년 4월 25일에 둘이서 함게 제2급 아마추어무선 통신사 자격증을 취득하기게 이르렀었다. 비록 내가 만들어준 문제집을 달달 외워서 이론도 모르고 취득한 면허증이지만, 한국에서 프로를 포함하여 최초의 여성 무선 통신사가 탄생했다고, TV에도 불려나가고 여러 신문의 인터뷰로 신문기사에도 나고, 일약 유명해 지면서 아마추어무선의 홍보에도 큰 역할을 했었다. hi hi  (나는 반년후에 다시 응시하여 1급 면허를 땄다. hi) 

 

 



한편 내부적으로는 이것도 미국, 영국, 일본등 여러나라의 Amateur Radio code를 많이 모아서 “아마추어의 신조”를 만들어 냈고, KARL지에 매달 게제하여 아마추어의 질적 향사에 노력하기도 했고, 아마추어 관련 책으로는 처음인 “Ham Radio Guide Book”을 발행 하기도 하였다.. 이런 모든것들을 신공덕동의 서울공대 바로 옆에 있었던 한평 반 정도의 하숙 집에서, 때로는 학교시험을 망처 가면서 작성하여, 이 OM, 저 OM에게 보여주며 의견을 들어가면서 만들어 낸것이 어제 일 같고, 당시 서울공대 내에 제2세대 햄들의 모임인 LCR Club을 만들어, 조요성(후일 HM1AA), 최윤근(후일 HM1AC), 임일명 (후일 HM1AG), 하성한 (후일 HM8CQ)등이 많이 이런 일들을 도와 주었으며, 그외에 KBS의 윤은상 (한양공대의 HL2AG 창시자. 현제 Houston에서 KE2X) OM과 조찬길 OM에게도 여러가지로 도움을 받았었다.

 

 KARL HQ에 처음으로 정식 아마추어무선국 HL9TA가 허가되었던 1959년도 저물고 1960년도가 되었다. HL9TA가 허가된 후에도 일주일이 멀다고 체신부 전파관리국을 찾아가 개인국 허가를 졸랐고, 체신부도 결국 개인국 허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하여, 6월달이 들어서면서 드디어 개인국의 허가신청서를 접수하기 시작하였다. 이 때의 무선국 허가 절차는, 무선국 신청서에 송신기와 수신기의 Block Diagram과 안테나의 도면을 첨부하여 신청하면, 우선 신원조사에 몇 달이 걸린 후에 가허가가 나왔고, 준공신고서를 제출하면 체신부 직원이 실제로 집을 찾아와서 준공검사를 한 후에 허가서가 교부되었었다.

한편 6월에 접수된 개인국의 허가 신청서는, 경찰의 신원 조사에 여러달이 걸렸고, 9월이 가까워지면서 곧 허가가 나오게 되었고, HM1AA의 첫번째 호출부호가 누구에게로 가느냐?가 여러 OM들의 관심거리였었다. 이것도 결국은 내가 추천하는대로 체신부가 내줄것이기 때문에, 공평성을 기하느라 많은 고민을 하였고,  결국, 한국에서 유일한 무선서적 “전파과학”을 발간하였고, 해방 후에 첫 불법전파를 냈다가 MP에게 붙들려 갔었든 조요한OM을 맏형으로 삼형제가 햄이면서, 제일 처음으로 신청서를 제출한 조요성/조요윤 형제에게 HM1AA/HM1AB를 주기로 하였고, 형에게 HM1AA를, 아우에게 HM1AB를 결정하였으며, 그후 부터는 선착순으로 HM1AC 부터 HM1AH까지를 지정하여 체신부에 요청하여 그대로 지정을 받고, 9월 3일부터 드디어 개인 아마추어무선국이 허가되기 시작하였다. 이날을 기다리기 5년 남짓!! 한국아마추어무선의 정식 스타트는 이렇게 개인국이 허가된 1960년 9월 3일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아직도 서운한것은, 경제가 허락지 않아, 첫번째 아마추어무선국 신청에 끼지를 못하여 HM1AA call을 놓진것이 지금도 서운하기 그지없다. hi hi.) 더구나 막상 HM1AA call을 주었드니 HM1AA는 Active하게 On Air도 안하여, 형보다 훨씬 Active하게 운용하는 아우에게 HM1AA를 줄것을 잘못 했나 보다. hi hi

 


이렇게 개인국 허가가 가시화 되면서, 한편으로는 아마추어무선국을 공개 운용하면서 일반 시민에게 아마추어무선을 홍보하기 위하여, KARL HQ에 이동국 허가를 추진하여 8월1일자로 이동국 HM9A가 허가 되었는데, 이것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HM prefix가 허가 된 경우였고, 이와 함께 HL9TA도 HM0HQ로 변경 지정 되었다. (이것도 오늘 같이 많은 이동국이 생겨 날 것은 생각도 못하고, 이동국은 색다르게 한자로 하자고 체신부에 제안하여 HM9A를 지정 받았고, HM0HQ도 나의 요청을 체신부가 받아들여 지정한  Call Sign이었다.)

이렇게 HM9A가 허가 되자마자, 8월 5일 부터 8월 14일 까지 10일간, 나와 (후일 HM1AJ), 조요성(후일 HM1AA), 오남제(후일 HM1AD), 임일명(후일 HM1AG)의 네명이 제주도로 원정 운용을 떠나, 한국 최초의 원정 이동 운용을 실시 하였으며, 김영걸 (후일 HM1BB) OM도 비공식 멤버로 일부만 참가하였었다. (비행기는 비싸서 생각도 못하고, 기차로 목포까지 가서 밤세워 배를 타고 제주에 갔고, 거기서 다시 밤새워 배를 타고 부산으로 와서 기차편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이 기간중, 제주시, 서귀포시, 부산시, 대구시에서 현지 KBS 방송국들의 도움을 받으며 운용하여 (이 때에는 전력 사정이 형편 없어, 100W국을 운용하는데도 전등불이 껌벅일 정도로 전압이 변하여, 방송국의 비상발전기를 빌려서 별도로 발전하면서 운용을 해야 했었다.), 약 30개 country와 교신하면서, 개인국 허가가 임박하였고, Call Sign이 HL에서 HM으로 바뀌었음을 전세계에 널리 홍보하고 돌아왔다.

제 1 부 끝

2/9/18, 3/9/18

[HAM RADIO]로                제2부로